[사설]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12%도 안되는 곳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사는 수도권 과밀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좀처럼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50%선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며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3일 청주 오송에서 열린 '수도권 초집중화 국가비상사태의 원인과 대책' 토론회는 이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보는 자리였다. 수도권 초집중화를 막아야만 국가의 미래가 있다는 게 이날의 결론이었다.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수도권 블랙홀'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류종현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수도권 지역에서 진행된 정책과 사업들은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과 균형국토정책을 훼손하고 역주행하는 것이라며 수도권 정책 재설계를 주문했다. 특히 이같은 수도권 블랙홀로 인해 지방은 소멸되고 국토건강성을 잃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내 그린벨트 훼손, 첨단산업 IT R&D 초집중, 법인지방소득세 수도권 지자체 독과점 등을 현재의 사례로 들었다. 그동안 지역에서 쏟아냈던 수도권 과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허무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들이다.

이는 돈과 기술, 그리고 청년까지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상황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과포화된지 오래됐는데도 나아지기는 커녕 더 심화될 뿐이다. 정부차원에서 수도권 초집중화를 국가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나서야만 하는 까닭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든 것을 빨아들여 결국 스스로 붕괴되는 블랙홀이 될 수 밖에 없다. 현 정부의 골치거리인 부동산 문제만 해도 수도권 특히 서울 강남으로 몰린 자금이 요동치면서 지금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 너무 지나치면 화(禍)를 입게 된다. 역사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수도권 과밀화의 재점화가 참여정부때 기획돼 추진한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세종시 건설 등이 일단락됐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새겨야 한다. 수도권이 과포화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발성으로는 어림없다. 수십년 경제개발과 함께 이뤄진 수도권 집중화가 그리 쉽게 막을 내릴리 없기 때문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지역 산업경제 기반구축은 물론 광역권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 자치분권과 혁신성장을 통한 균형발전만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자원을 지역으로 돌릴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다.

따라서 수도권 개발에 대한 압박수위를 이전처럼 높이는 한편 지역 균형발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 수도권 개발 관련 계획을 통폐합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공공성, 사회적 효율성,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은 국가발전정책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균형이란 저울이 버티고 있을 때, 수도권이 전가하고 있는 사회적 비용을 다른 지역들이 감당할 수 있을 때 고쳐져야 한다. 균형이 무너지고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되면 그 다음은 공멸이다. 갈수록 더 가팔라지고 있는 인구절벽이 그 때를 앞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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