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양자의 관계가 밀접하다

며칠 전, 아들이 드디어 군대를 제대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고생하고 돌아온 자식에게 모든 것을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에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갔다. 평소 같으면 사람으로 꽉 차이어야 할 그 큰 매장에 우리 부자 이외에 10여명의 사람뿐이었다. 세상 물정에 무딘 내가 아들에게 "오늘 어쩐 일이야? 사람이 없네!"라고 말을 건넸다. 아들이 "아버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집에서 나오질 않아요. 여기뿐만 아니라 영화관, 식당, 커피숍, 사람이 많이 모이던 곳에 사람이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아마도 철없는 아버지에게 세상사에 관심을 가지라는 투였다.

집에 돌아와 핸드폰으로 뉴스를 검색했다. 온통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뉴스로 화면이 가득 찼다. 이런저런 뉴스를 검색하다가 정말 어이없는 기사와 접했다. 내용인 즉, 우리나라 형편도 좋지 않은데, 왜 쓸데없이 중국에 막대한 원조물자를 보내야 하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일견 국내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니 이런 기사도 있겠지 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이 기사는 정말이지 쓰레기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정말 심각한 문제임은 누구나 다 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중국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다. 허나 어쩌랴! 중국이라고 속이 편하겠는가? 중국의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마스크가 부족해 착용하지도 못한 채 환자를 치료하다가 감염되는 상황이 벌어져 이제는 치료 자체도 어려워져 갈수록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중국으로 보내는 구호물자와 지원금의 액수가 수백억원 이라고 한다. 경제도 어려운 데 이 정도 액수면 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눈이 돌아갈 일이 아닐 수 없다. 허나 한번만 더 생각해보자. 만일 중국의 현재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어떻게 될까? 500억, 1천억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경제 손실 총액은 상상을 초월할 액수가 아닐까? 이웃 나라 중국, 조금은 얄밉다. 위생문제, 의료문제, 환경문제, 어로문제로 한국과 불편한 관계를 보이는 중국. 경제구조상 우리나라와 중국은 절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적 동반자로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 모쪼록 중국의 상황이 조속히 호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답답한 기사를 접한 뒤 『左傳(좌전)』 「僖五年(희오년)」에 나오는 다음의 고사가 생각났다.

春秋時代(춘추시대), 晋國(진국)의 남쪽에 小國(소국)인 虞國(우국)과 괵국이었다. 晋國은 괵국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虞國을 지나가야 했다. 이를 위하여 晋獻公이 특별히 사람을 虞國에 보내 虞國 國王(국왕)에게 寶馬(보마)와 玉璧(옥벽)을 선사하며 길을 빌릴 것을 청하였다. 이때 虞國의 官員이었던 宮之奇(관지기)가 이에 반대하면서 왕에게 "괵과 虞는 마치 입술과 이의 관계와 같아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기 마련인 것입니다. 만일 괵국이 망하면 虞國도 반드시 멸망할 것이니 길을 빌려주지 말아야 합니다" 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멍청하고 財貨(재화)에 눈이 먼 虞國의 國王(국왕)이 晋國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결국 晋軍(진군)이 虞國(우국)을 통과하여 괵국을 멸망시킨 뒤 돌아오는 길에 일거에 虞國을 멸망시켰다.

배득렬 교수
배득렬 교수

脣亡齒寒(순망치한)!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잘 표현해주는 고사성어라 하겠다. 이제 한국은 글로벌시대의 변화과정에서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어쩌면 앞으로 일어날 일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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