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덕분에…" 필담 통해 주고 받는 '정(情)'

진천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생활 중인 우한 교민들이 작성한 '감사 메모'
진천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생활 중인 우한 교민들이 작성한 '감사 메모'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해 진천공무원인재개발원(이하 인재개발원)에서 생활 중인 우한 교민들의 '따뜻한 메모'가 외부로 알려져 화제다.

시대에 맞지 않는 필담의 등장은 격리 생활을 하는 교민들의 특수한 상황 탓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감염병과 함께 몰아친 한파를 녹이기에 충분했다.

인재개발원에 입소한 교민들은 정해진 시간에 배달되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주요 공지사항은 방송을 통해 전달된다. 지원단과의 소통은 방마다 설치된 내선전화를 통해 할 수 있다. 하지만 교민들 입장에서 내선통화로 '○○가 먹고 싶다, 필요하다' 등의 '소소한 부탁'은 쉽게 하지 못했다. 업무로 바쁜 상황실에 개인적인 부탁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에 사람과의 대면이 제한됐던 교민들은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않는 필담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교민들은 도시락 배달시간에 맞춰 기본 지급품 외에 필요한 물품에 대한 요구사항을 메모지에 적어 객실 앞에 뒀다. 이를 확인한 지원단은 담배와 술 등 금지품목을 제외한 물품을 빠짐없이 전달했다.

교민들의 요구사항 중 인기품목은 과일과 컵라면이다. 과일 중에서는 '귤'이 1순위였고 컵라면은 기호에 따라 다양한 제품이 요청됐다. 또 임산부 교민 2명을 위한 특식도 따로 마련됐다.

인재개발원에 함께 연락담당관으로 입소해 있는 길재식 대전지방경찰청 치안지도관은 "급작스럽게 바뀐 환경 탓에 임산부 교민들이 식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듣고, 미역국 라면·북어국 등 입맛에 맞는 음식을 제공하는 등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며 내부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173명 중 19명이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장난감과 스케치북 등도 따로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필요한 물품을 받기위해 시작된 필담은 입소 4~5일이 지나면서 지원단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거나 궁금증을 묻는 소통의 매개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교민들은 '잦은 요구에도 귀 기울여주셔서 미안하고 감사하다(236호)', '부족함 없이 세심하게 돌봐주셔서 감사하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근무하는 경찰분들 모습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다(310호)', '아이들 챙겨줘서 감사하다(609호)' 등의 메시지를 지원단에 전했다.

지원단은 교민 감사인사 및 입소자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적어 교민들에게 전달하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원단 관계자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교민들과 지원단이 유대를 쌓아가면서 밝은 분위기 속에 임시보호시설이 운영되고 있다"며 "173명 모두 건강하게 퇴소할 수 있게 세심한 배려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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