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류기형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마트에서 초콜릿 판매행사를 하기에 몇 개 집어넣고 날짜를 가늠해 보니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가 가까워졌음을 알았다. 그러고보니 며칠 후면 발렌타인데이에 앞서 정월대보름이었다. 2월 8일, 음력 1월 15일. 전에는 설날보다 크게 지냈다는 정월대보름 명절이 코앞이다.

예전에는 입춘인 음력 1월 11일에 이어 보름날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해도 길어지고 날씨도 점차 따뜻해지는 시기이기에 새해 안녕과 풍년을 비는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또한 정월대보름 하면 지금은 없어지다시피 한 예전 명절의 놀이며 행사가 생각난다.

어린 시절 부럼, 오곡밥, 팥죽, 쥐불놀이, 달맞이는 거의 빼먹지 않고 했던 것 같다. 지금도 부럼, 오곡밥, 팥죽은 명맥을 유지하는데, 빈 깡통에 불덩이를 넣고 휘휘 돌리다가 멀리 던지면 불꽃꼬리를 흩날리며 밤하늘을 날아가던 쥐불놀이는 이제 위험하기도 하고, 할 장소도 없어 보기 힘든 광경이 되었다. 순수한 마음 담아 밤하늘 보름달을 바라보며 새해 소원을 빌던 달맞이도 뿌연 밤하늘 속에 감춰져 달을 보기 힘들어진 여건 때문에 생략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과거가 새로운 문명 앞에서 힘을 잃는 듯하다가도 레트로 열풍에 다시금 복고풍이 유행으로 돌기도 한다. 역사든, 돈이든 돌고 도는게 인생사인 것 같다. 50을 넘어가는 필자의 고교 졸업 무렵에 잠깐 얼굴을 비추던 가수가 다시금 젊은이들의 열광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서, 법고창신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류기형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류기형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불필요한 과거는 버려야겠지만 과거 속에는 그 당시 미처 몰랐던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정월 대보름에는 이제 술 한잔 할 줄 알게 된 아이들과 귀밝이술도 마시면서 귀도 밝아지고, 무엇보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대보름달 만큼 큰 마음, 큰 귀, 큰 일꾼이 될 것을 다짐해 보는 날을 맞아야겠다. 무엇보다 가족이 다 같이 얼굴 맞대고 아침을 맞을 수 있는 토요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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