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이민우 편집국장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해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후베이(湖北)성 우한폐렴)이 우리나라에서도 확산 기미를 보여 정부와 지자체, 방역당국이 초비상 사태다. 우리나라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의 빠른 확산에 비례해 공포지수도 치솟았다. 2차 감염자에 이어 중국 다음으로는 처음으로 3차 감염자까지 확인된 상태에서 공포감은 '블랙홀'마냥 모든 일상을 빨아들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도 감염될 수 있고, 또 다른 이들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이 공생한다. '피해론'과 '윤리적인 책임론'이 어정쩡하게 공존하는 상황은 공포와 두려움이 무한증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각종 루머도 무성하게 나돌았다.

'공포의 숙주'는 신종 코로나지만, 신종 코로나는 공포가 자가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을 뿐이다. 진짜 공포의 숙주는 '불신'이다. 5년 전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안전을 1순위로 두는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신과 총선만 쳐다보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공포 조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부서와 방역당국의 엇박자 정보와 불투명하고 뒤늦은 정보, 검역 당국의 어이없는 실수 등이 맞물리면서 공포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지난 3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 중국 전역 여행경보를 '철수권고'로 높인다고 발표했다가 '검토'로 급변경하면서 비판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우한 폐렴은 지난해 12월 12일 우한에 있는 화난(華南)수산도매시장에서 최초 감염이 이뤄졌다. 이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선 고열이 계속돼 병원을 찾았는데 입원을 거부당했다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그러나 당국은 이런 글을 삭제하면서 쉬쉬했다. 발병 보름 이상이 지난 12월 31일 중국 보건당국은 이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1월 9일 저녁 첫 사망자가 생겼고 14일 우한시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에 체온계 등 검역장비가 설치됐다. 그 사이 바이러스는 중국 국경을 넘어 확산됐다. 태국에서 발병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전염병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확산을 초기에 차단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탓에 우한 폐렴은 급속도로 퍼졌다. '우한 봉쇄'도 소용없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조치였다. 우한시 보건당국이 '사람 대 사람 감염' 여부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놓은 것도 확산을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경제는 이미 내수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공공장소 이용을 기피하면서 소비지출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도 줄고 있고, 그 여파로 주요 관광지 호텔과 항공권의 예약취소도 줄을 잇고 있다. 내수와 함께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수출도 타격이 우려된다. 올해 세계경제는 코로나 사태가 아니어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걱정이 크다.

우한 폐렴 확산은 인재(人災)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관료주의, 정보 통제가 숨어있다. 지난 2003년 사스 발병 때도 은폐와 통제에 급급하다가 걷잡을 수 없이 병을 키운 바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 17년 전과 변한 것이 별로 없는 듯 하다. 승진이나 보신을 위해 '윗 사람' 밖에 보지않는 관료들의 '체질'이 이번에도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만연된 관료주의는 중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윗 사람 지시가 없으면 납작 엎드려 눈동자만 돌리는 관료들이 지탄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정부와 관료들이 새삼 명심해야할 원칙이 확연히 드러났다. 큰 일이 발생하면 바로 신속하고 솔직하게 국민에게 알리라는 것이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경제부장
이민우 편집국장

더 이상의 비극과 재앙을 키우지 않기 위해 잘못을 빨리 인정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불과 5년 전 수많은 희생자를 낸 메르스 사태 당시의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컨트롤타워부터 재정비해 부처 간 혼선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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