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어렸을 때 박쥐가 동네 저녁 하늘을 날아다녔다. 박쥐가 신종코로나의 숙주라는 뉴스를 들으면서 과거의 공포가 떠오른다.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비판이 일자 민주당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것은 허위조작정보이고, 유튜브에서 허위조작정보가 집중적으로 생산, 유통되고 있다"며 맹공을 펴는 와중에도 이해찬 대표는 "2차 감염자는 보건소에 근무하시는 분"이라는 오보를 말한다.

얼마 전 모친이 병원에 입원하셨다. 병명이 A라고 하더니, 며칠 지나 B라고 하며, 다시 A라고 하면서 병실을 옮겼다. 의사가 신(神)은 아니므로 오차는 이해된다. 역시 현대 의학의 한계가 있으니 신종 코로나 확산을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병명이 A, B, A로 바뀌는 과중 중 곤혹스러운 건 '의사의 설명 없는 불친절'과 동문서답(東問西答)을 하면서 환자의 가족을 공격하는 거만함이다. 역시 신종코로나 가짜뉴스의 시작점은 '정부의 제대로 된 설명 없는 불친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모든 소식과 반론을 가짜뉴스라며 국민을 겁박한다.

묻고 싶다. SNS에서 이명박 시절 신종플루, 박근혜의 메르스를 비교하며 현정부의 대응이 매우 훌륭하다는 글, 그리고 광우병 파동 당시 쏟아져 나온 소식 들은 진실을 기초로 한 것인가? 가짜인가? 과거 정부와 비교 검토하면 '내 편의 소리는 진짜이고 다른 자의 소리는 가짜이다' 전제한 점은 일치한다. 다만 과거에는 '유언비어'라 했고, 지금은 '가짜뉴스'라고 할 뿐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중국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하지 말자"고 한 것을 '사대주의자'라고 비판한다면 수긍할 수 있겠는가? 토착왜구, 사대주의, 가짜뉴스, 진짜뉴스. 기레기, ×검이니 하는 용어는 귀에 쏙 들어가고 입에 착 달라붙는 단어이다. 그러나 남용될수록 진실을 볼 수 없다. 해당 용어가 갖는 습성으로 인해 본질을 떠나 과도한 비난이 횡행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유언비어의 단속을 피해 진실을 보고자 했으나, 현재는 가짜뉴스라고 비난의 여론 속에 진실을 외면하게끔 한다.

박쥐를 없애는 방법은 무엇일까? 박쥐가 보이지는 않는 이유는 박쥐탕을 해 먹어서가 아니고 환경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신종코로나 확진자는 나오지만 확장 속도가 더딘 이유도 감염이 확산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로 싸잡아 비난을 해서 탕을 해 먹자는 현재의 상황에서 진실은 감추어져 있을 수 밖에 없다. 오히려 과거의 박쥐(유언비언 단속)는 비난의 대상이였는데, 오늘날 배트맨(가짜뉴스 비난)은 영웅이 되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를 전염병으로 최초 경고를 한 의사를 중국 정부가 체포하였으나 인민법원은 "헛소문은 정보 공개의 지연과 불투명함 때문에 생겨난다. 정보 공개가 잘 안 되면 대중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며 각종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한다. 정부가 정보 공개를 하면 대중은 자신이 알게 된 소문과 비교를 한다. 그 결과 정부 발표가 정확하면 헛소문은 힘을 잃지만, 소문이 사실로 증명되면 대중은 소문을 더 믿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 정도면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도 중국에 배워야 할 처지에 이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과거 국민을 유언비어을 날포 한다고 압박하던 정권에서 오늘은 가짜뉴스를 퍼트린다고 겁박하면서 여론을 끌고 가는 정부로의 변경된 것에 불과하다면 우리는 참 암담한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숙주인 박쥐는 오늘날 보이지 않는데, 영웅 배트맨의 잘못은 누가 바로잡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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