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성경의 신약 첫 장(Matthew)은 예수의 가계도(The Genealogy of Jesus)인 족보로부터 펼쳐지고, 구약은 인류 시작의 역사를 알려준다. 온고지신으로 새로운 지식이나 도리를 찾아 실천하게 하는 소중한 족보는 가문이나 한 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아주 중요한 책이다. 이천오백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중국의 남장북공(南張北孔) 집안 족보는 오래된 가문의 역사기록으로 전해지고 있다.

태초로부터 동서양에서 만들어 활용한 족보가 비록 종류와 형태는 서로 다르지만 혈통을 매우 중요시 해 왔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참 늦은 1473년에 간행된 안동권씨 성화보를 시작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해 경전만큼이나 많이 읽히는 책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당신 집안에도 족보(門閥)는 있지? / 족보(根本) 좀 내놔봐! / 족보(來歷) 좀 볼 수 있을까? / 너희는 족보(위아래)도 없니? / 우리는 왜 족보(血統)가 없어요? / 10대 조부께서 정승을 지내셨다는데, 임명장(敎旨)이 있나요? / 나는 못 봤지만 족보에는 기록돼 있단다. / 이런 족보, 꼭 있어야하나요?

설 명절에 집안 식구들이 모여 차례를 올리고 나면 연장의 어른이 의례히 한 번씩 일깨우는 집안의 내력이 있다. 이젠 반려동식물도 족보(혈통증명서)가 있어야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사람은 가족관계증명서가 대신하고 있으나 반려동식물처럼 순혈을 구분하여 나타내기는 쉽지 않다. 혈통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씨앗 중심의 부(男)계 혈통만이 정석은 아니겠지만 밭(環境)의 다양한 상황 변화로 성이 바뀌거나 원 부모가 아닌 분들의 가족이 되기도 하고, 뿌리 채 뽑혀 떠돌아다니다 성(姓)과 이름 만들어 내 터 잡는 이들도 적지 않으니 성큼 다가선 다문화사회에서의 족보는 또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

족보는 한 집안의 시작(始祖)부터 내력(歷史)을 소상하게 기록한 개인의 소중한 역사서다. 더러는 그 기록들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몰가치성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젠 가족관계의 한 줄기만 들춰도 소상한 내력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걸로 대체할 수는 없는 걸까?

족보에선 부끄러운 걸 미화하거나 밝히기 싫어 삭제한 사항들까지 제적부에선 가식 없이 보여준다. 다만 족보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개인별 뼈대기록(經歷事項)이 가족관계엔 나타나지 않는 게 흠이긴 하지만, 사실 그 중에는 내 땀의 결정체가 아닌 빛바랜 그림속의 곰삭은 배경도 없지 않아 시비 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이미 쇠잔해 흔적도 없는 상징의 뼈대가 후손을 잘 지켜주고 이끌어서 꽃길만 걷게 해줄 거란 말에 얼마나 공감이 갈까?

매관매직의 비리감투, 명문세도가로의 환승, 교지도 없는 벼슬의 명분 채우기, 족벌보존용 눈물의 관·성(貫·姓) 바꾸기, 본인도 모르는 입양적과 반상교체 등은 타관에서 가문을 일으키거나 한풀이 수단이 되기도 했으니 어떻게든 허리 펴고 파란하늘 한번 보기를 얼마나 고대했을까!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앞서 살다 가신 일가들의 훌륭한 정신을 알고 후대에 전하여 개선 계승 발전 번창 하도록 하여 국가발전에 기여하려는 족보의 위력이 크게 약화 변질되고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겠으나 수신제가치국평천하처럼 작은 가문에서부터 정의롭고 알차게 채워 일으켜 부강한 국가기반 다지는 초석으로 자리 잡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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