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희망을 낳고, 실천은 기적을 만든다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희귀·난치성질환. 이들의 마음을 보듬으며 희망을 전하고 있는 증평군 희귀·난치성 질환자 후원회 '천원의 기적'(회장 이미숙). 2017년 50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이 봉사단체는 이제 100여명이 활동하며 희귀·난치성질환자는 물론 그 가족들에게 밝은 빛이 되고 있다.

#환자 대부분 생활고와 심리적 불안 동반

희귀질환은 조기발견과 적절한 치료시 완치 또는 호전을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을 지칭하며, 난치성질환은 일반적으로 치료방법이 없거나 어려워 완치가 어려운 질환을 말한다.

현재 증평군보건소에는 희귀·난치성질환자 20명이 등록돼 있다. 실제는 더 많은 환자들이 있지만 밖으로 내놓기를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질환은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선천 기형증후군, 확장성 심장근육병증, 강직성 척추염, 양대혈관 우심실기시증, 혈우병, 모아모아병, 만성콩팥 기능상실 등이다.

희귀·난치성질환은 다른 질병과 달리 완벽한 의료지원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환자 대부분이 어려운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생활고와 심리적 불안상태에 놓여있다. 특히,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은 의료비 외에 재활이나 일상생활을 위한 추가 의료비나 의료기기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 때문에 오랜 시간 투병으로 인한 우울감 등 정신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작게나마 지역사회의 관심과 온정을 전하기 위해 발족한 '천원의 기적 후원회'는 환자들에게는 용기와 자존감 회복을, 가족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주민자치위원·사회단체 회원·학부모 동참

'천원의 기적'은 출범부터 지금까지 큰 애정을 갖고 작은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는 이미숙(47) 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증평군종합사회복지관의 독거노인 반찬봉사를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지역봉사에 힘쓰고 있는 이 회장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의 생활을 들여다 보게 됐고,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속사정을 접하게 되면서 2015년부터 후원회 결성을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다. 다행히 이 회장의 생각에 함께 활동하던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이 뜻을 같이 했고, 사회단체 회원과 학부모들이 동참하면서 2017년 11월 4월 첫발을 내딛게 됐다. 비영리단체 발족의 행정적인 절차는 물론 세무, 보증보험가입 등 회원들이 낸 돈 100원이라도 투명하게 모으고 집행되는 시스템을 만들다 보니 출범까지 2년이란 시간이 결렸고 어려움도 많았다.

#천원이라는 작은 돈이 모여 만드는 기적

천원은 세상의 잣대로 볼 때 작은 돈이지만 그 천원이 모아지고 모아지면 가치있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또 천원으로도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마음으로 후원회 이름을 '천원의 기적'이라고 지었다.

회원들은 1천원부터 5만원 선의 회비를 매달 자동이체하고, 모아진 후원금은 증평지역의 희귀·난치성질환자들과 그 보호자들을 위해 다양하게 쓰여지고 있다. 군보건소 심사를 통해 선정된 소아 2명, 성인 2명을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의료지원사업, 심리상담사업, 생활지원사업을 통해 실질적인 혜택에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지역에서 긴박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생기면 바자회나 1일 호프·찻집, 나눔콘서트를 개최해 성금을 모으기도 한다.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의사·약사인 후원 회원들에게 도움을 청해 질병상담과 함께 약값 할인이나 의료기 할인구매 혜택을 연결해 주고 있다. 특히 후원회가 관심을 갖고 있는 활동은 환자 뿐 아니라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상담과 고민상담으로, 심리상담가를 회원으로 확보하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사람들의 상상을 넘어서는 희망을 꿈꾸며

"사랑은 희망을 낳고, 실천은 기적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는 '천원의 기적' 후원회는 올해 그동안의 활동을 바탕으로 회원들과 대상자들이 더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후원자와 대상자를 직접 연결해 주는 지정후원제도를 도입하고, 지역 사회단체에서 학교에 다니는 희귀·난치성질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연계사업도 활성화시킬 예정이다.

이와 함께 증평지역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어려움과 당면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회원 확대에도 힘써 '천원의 기적' 후원회가 사람들의 상상을 넘어서는 큰 기적을 만들기를 꿈꾸고 있다. 
 

이미숙 '천원의 기적' 회장 인터뷰

 "봉사는 내 인생의 행복이자 보람"
 

종가집 맏며느리로 결혼해 연년생으로 2녀 1남을 두게 된 이미숙(47) 회장은 셋째 아이를 낳고 심한 산후우울증을 겪게 되었다. 삶을 환기시킬 수 있는 새로운 일을 해보라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증평군종합사회복지관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독거노인 밑반찬 봉사를 시작으로 여러 현장에서 다양한 봉사를 만나면서 우울증은 5년 만에 완치됐다. 순전히 봉사의 힘이었다. 이 회장에게 봉사는 진통제이자 안정제였다. 그렇게 인생의 시련이 그녀에게 봉사의 기회를 줬고, 말 그대로 지금은 봉사가 인생 그 자체가 됐다.

"'봉사가 제 삶의 일부'라는 말이 평범하고 상투적인 것 같지만, 저도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가 없네요. 정말, 봉사는 제 그 인생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봉사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자원봉사를 자유롭게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동안 직업도 갖지 않았어요."

이 회장은 봉사를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의무감이 아니라 투철한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그 도움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봉사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봉사현장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느끼는 것은 몸으로 하는 봉사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심리적인 봉사가 꼭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상담은 모든 봉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봉사의 깊이가 더해지면서 그녀는 사회복지분야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내친김에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 진심 어린 봉사가 인정을 받아 행안부 장관상, 충북도지사, 증평군수 표창 등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시어머님과 남편, 그리고 세 자녀의 지지와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는 이 회장은 "초심을 잃지 말아야지, 겸손해야지, 남을 도운 것을 티 내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해야지"를 늘 되뇌인다. 그것이 자신을 한결같이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원히 자원봉사자로 남고 싶다"는 이 회장은 앞으로 사회복지분야를 체계적으로 공부해 복지정책 제안이나 복지제도 개선 등 더 큰 틀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자신이 애정을 쏟아붓고 있는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4년 전부터 적십자사 재난안전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 회장은 괴산증평학부모연합회장, 증평군종합사회복지관 운영위원장, 증평로타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