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외딴섬
  • 중부매일
  • 승인 2020.02.1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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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김민정 수필가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전 인류의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요즈음이다. 뉴스를 통해 듣다 보면 걱정과 근심이 점점 커져 두려움과 불안이 엄습해 온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 최신형 미사일을 만들어 내지만, 이 작은 미생물을 정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아니러니 하다. 생명을 위협하는 이 감염에서 누구나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차분히 대처하는 마음이 필요할 때이다.

재개발의 뒷전에 밀려난 낡고 작은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

신혼 때 살았던 이 집은 지은 지 30여 년이 지나 아파트 외벽의 회칠은 흉하게 벗겨지고, 창문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처럼 위태롭게 매달려있다. 인적은 드물고 낡은 창 사이로 듬성듬성 새어 나오는 불빛마저 식은 듯 싸늘하다. 겨울 냉기를 막기 위해 가려놓은 방풍 비닐이 찬바람에 파르라니 떨고 있다. 오랜 시간 풍상에 할퀴어지고 홀대를 받아 퇴락된 5층의 건물은 오래된 악기처럼 삐걱거린다. 30여 년 전만 해도 서민들의 꿈과 희망이 살아있는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독거노인들이 거주하는 외딴섬으로 전락했다.

이곳은 유일하게 1층이 인기 있는 층이다. 8차선 도로 건너편 신시가지에는 최근에 건축된 럭셔리한 고층 아파트로 밤이면 오색불빛으로 휘황찬란하다.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가 활기차 보인다. 도로를 마주하는 두 아파트의 극단적인 대조는 보는 이로 하여금 격세지감을 느낀다.

외딴섬처럼 외롭고 낡은 이 아파트에 들어선다. 재개발을 기대하며 소유했던 것이 욕심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러나 비워둘 수 없어 세를 들여야만 했다. 가재도구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모두 새로 바꿔야만 했다. 우선 도배와 장판을 하고, 싱크대와 가스보일러도 하얀색으로 교체했다. 찌든 때로 물든 방문이며 창틀도 페인트칠 했다. 손바닥만 한 내부를 수리 하다보니 비용도 만만찮게 든다. 그래도 깨끗해진 집안을 보니 마음이 환해진다.

새로 세 들어오신 분은 일흔을 훌쩍 넘긴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였다. 독거노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울해진다. 사정을 알 수 없지만 전부터 홀로 살다 오신 듯 했다. "우리 아들이 인천에서 의사야, 내가 젊어서 가족에게 못할 짓 많이 해서 지금은 이렇게 살아!" 노인은 괜스레 너스레를 떠신다.

요즘은 가족이 있어도 혼자 거주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자녀들과의 마음의 거리 멀어지고 부부간 소통 단절로 서로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별거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안정된 노년을 보장 받기는 어렵다 보니 이처럼 자신만의 고립된 쓸쓸한 외딴섬을 찾아 살아가고 있다. 외딴섬은 왠지 고독하고 쓸쓸함이 묻어난다.

김민정 수필가
김민정 수필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많은 사람들이 격리된 외딴섬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시내거리와 백화점에도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걸 보면 비상시국임이 틀림없다. 하물며 지나친 유언비어로 인한 공포와 두려움은 사람의 면역력을 약화해 더 큰 질병을 야기하고 있다. 얼마나 멀리. 폭넓게 퍼질지 또한 얼마나 치명적일지 모르는 이 싸움에서 의료진들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모쪼록 이들이 시련에서 벗어나 하루속히 일상생활로 돌아가기를 염원하며 오늘도 감염 예방법에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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