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지난해 우리 국민들은 조국 전 장관의 과거에 발언한 말 때문에 곤욕을 치루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말은 늘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말은 부메랑처럼 돌아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말들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 말 중에 대부분은 남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것도 좋은 이야기보다 남의 아픈 곳을 말하면서 그 말에 기쁨을 찾으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대접 받으려면 내가 먼저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장에 갔다 오다 김 서방은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만났다. 억수같이 퍼붓던 빗줄기는 어느 새 멈추고 구름 사이로 해님이 삐죽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렇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시냇물은 붉은 흙탕물이 되었고, 가득 불어나기까지 했다.

'허허 어찌한담. 물이 불어서 징검다리가 보이지 않으니…'

불어난 냇물에 김 서방 마을 앞 징검다리가 보이지 않았다. 망설이던 김 서방은 신발을 벗어 들고 맨발로 냇물을 건너기 위해 물에 막 들어가려는 순간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여보시오, 미안하지만 함께 건넙시다. 보다시피 나는 이렇게 깨끗한 모시 바지저고리를 입어 곤란해서 그런 다오."

깨끗하게 옷을 차려입은 젊은 양반이 애원하듯 말하자 김 서방은 젊은 양반을 업고 조심스럽게 물을 건너기 시작했다. 등에 업힌 양반은 심심했던지 김 서방에게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물었다. 그래서 저 아래 가마골에서 그릇을 만들며 사는 김 서방이라고 말하자 젊은 선비는 갑자기 거드름을 피우며 "가마골이라? 그 곳은 상놈들이 모여 사는 곳이잖아. 그럼 말을 놓겠네."하고 반말을 하였다.

그러자 김 서방도 "그럼 나도 놓겠네." 하고는 업고 있던 젊은 양반을 그 자리에 놓아 버렸다.

"아이쿠! 내 바지저고리…." 물에 풍덩 빠진 양반은 어쩔 줄을 몰라 쩔쩔맸다.

나이가 지긋한 박상길이란 사람이 푸줏간을 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동네에 사는 윤 선비와 이 선비라는 양반 두 사람이 고기를 사러 왔다.

"상길아, 고기 좀 한 근 다오." 윤 선비가 먼저 푸줏간 주인에게 고기를 달라고 하자 박 서방은 고기 한 근을 잘라서 윤 선비에게 주었다.

"이보게 박 서방, 나도 고기 한 근만 주시게나." 옆에 서 있던 이 선비도 고기를 한 근만 잘라 달라고 하였다.

"예, 이 선비님,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박 서방은 싱글싱글 웃으며 큰 고깃덩이에서 고기를 떼어 내어 이 선비에게 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두 선비가 고기를 똑같이 한 근씩 샀는데 이 선비의 고기가 윤 선비의 고기보다 훨씬 많아 보이는 것이었다.

"아니, 상길아, 네 이놈. 어째서 똑같은 한 근이데 내 고기는 이 선비의 것보다 훨씬 적으냐?" 화가 난 윤 선비가 푸줏간 주인인 박 서방에게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윤 선비님, 제 얘기 좀 잘 들어보세요. 선비님의 고기는 상길이가 잘랐고, 이 선비님의 고기는 박 서방이 잘랐기 때문입니다." 푸줏간 주인인 박상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대접 받기를 원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이 있다. 말은 메아리와 같다. 내가 말한 대로 반드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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