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less you(신의 축복이)
God bless you(신의 축복이)
  • 중부매일
  • 승인 2020.02.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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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눈] 김동우 YTN 충청취재본부장

몇 년 전 미국 뉴욕에 간 적이 있었다. 이민 간 친구와 그의 미국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대화 도중 갑자기 '우에취'하며 재채기를 했다. 재채기를 추스르기도 전에 친구의 미국 친구가 뜬금없이 'God bless you'라 했다. 재채기에 대해 즉각 반응한 것도 의외였지만 'God bless you'라 말한 것은 더욱더 생각 밖이었다. 'God bless you'는 '신의 축복이 있길'이란 뜻이다. 재채기 한번 했는데 신의 축복을 받으라니 순간 어리둥절하고 납득이 가지 않았다. 무어라 대응해야 할지 몰라 일단 올바른 대응이거나 말거나 "I'm sorry(미안합니다)"라 했다.

그가 왜 'God bless you'라고 했을까? 생리적으로 피할 수 없는 돌발적 재채기가 신의 축복을 받을 만한 일인가? 말이다. 혹시 내가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해 하루빨리 완쾌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그랬을까? 재채기를 무례로 보고 그 무례를 신으로부터 용서받으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원래 이 표현은 아주 오래전 유럽에서 처음 회자하기 시작했다. AD 590년 돌림병(역병, 疫病, Plague)이 퍼져 많은 사람이 죽었다. 교황 그레고리 1세(Pope Gregory I)는 이를 두고 볼 수 없어 신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죽어가는 심장이 다시 박동하기를 빈다는 의미에서 'God bless you'로 표현하자고 신도들에게 명했다. 돌림병이 종식된 이후에도 상대방이 재채기만 하면 습관적으로 'God bless you'라 했다. 이처럼 'God bless you'는 사연이 깊은 역사를 지닌 표현이다.

이 습관적 표현이 유럽 일상생활에서 확고히 굳어진 계기는 14, 17세기 전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흑사병(黑死病, Black Death)이다. 쥐 등 설치류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이 옮겨져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특히 페스트균을 지닌 벼룩이 사람을 물 때 전파된다.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이며 사람과 사람 간에도 전염된다. 이 감염병의 증세는 오한 전율과 40℃ 전후의 고열과 함께 현기증·구토 등이 있다. 의식도 혼미해진다. 잠복기는 최대 5일이고, 심장 등 순환기계가 심하게 침해받는다. 사망률이 높고 전염력이 강하다. 감염자가 재채기할 때 튀어나오는 침방울, 비말(飛沫)이 눈, 코, 입 등을 통해 감염된다. 이 감염병으로 당시 유럽 인구가 20% 감소했다.

당시 미국에는 흑사병이나 돌림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미국인이 'God bless you'를 습관적으로 말하는가? 백인 미국 조상들은 'God bless you'를 입에 달고 살아온 영국 청교도인(Puritan) 들이다. 이들이 이주하면서 이런 습관적 표현을 함께 가져와 사용했고 그 표현이 후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돌림병과 흑사병의 최초 증상이 재채기(sneezing)다. 재채기만 하면 역병과 흑사병에 걸린 것으로 간주한다. 당시 백신도 없었으니 어떤 치료로 돌림병과 흑사병에서 벗어날 수 없어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재채기는 어떤 사람이 역병에 걸렸다는 최초의 신호였던 셈이다. 의학에 의존할 수 없으니 신의 가호(加護)를 빌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 'God bless you'란 표현이 회자하는 상황이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nCoV) 때문이다. 이 감염증은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집단 발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자의 침방울이 호흡기나 눈·코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된다. 감염되면 최대 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37.5℃), 재채기, 호흡곤란, 폐렴이 주 증상으로 나타난다. 박쥐 등 야생동물을 도축, 유통, 섭취하는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이되고 사람과 사람 간에도 전염된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문제는 흑사병처럼 전염력이 강한 데다 백신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발원지인 중국 우한은 여기에다 의료진도 충분하지 않고 의료수준과 장비도 비교적 열악하다. 사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2월 11일 현재 중국에서만 확진 환자가 4만171명에 이르고 908명(타국 2명 미포함)이 사망했다. 감염 나라가 28개국에 이른다. 중국에서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가히 폭발적 증가 추세다. 이젠 흑사병 때처럼 'God bless you' 라 빌어줘야 하지 않겠나? 단 전 지구화되지 않기를 함께 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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