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콜레라·스페인 독감 대표적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코로나) 사망자가 11일 기준 1천명을 넘어서면서 인수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중부매일은 과거 인류를 위협했던 대표적인 전염병 사례를 살펴봤다. /편집자

◆흑사병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인 흑사병은 병이 진행되면 전신에 파종성 응고를 유발, 광범위한 반상 출혈 및 괴사를 일으켜 살이 썩게 된다. 또 갑작스런 발열 및 전신 증상을 특징으로 한다.

흑사병의 주요 형태 중 가장 위험한 것은 폐렴성 흑사병으로 전체 흑사병 환자의 5%정도가 이 증상을 겪는다. 잠복기는 3~5일이고 호흡곤란과 흉통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이틀째부터 각혈, 호흡 부전, 심혈관계 부전이 나타난다. 폐렴성 흑사병은 24시간 이내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존확률이 매우 낮아진다.

흑사병은 감염환자의 기침이나 체액 또는 감염 동물(설치류)의 분뇨 등이 공기 중에 퍼져 감염되거나 보균동물을 흡혈한 벼룩에 물려 감염된다.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사례는 1720년 마르세유 흑사병이다. 당시 트리폴리와 키프로스를 거쳐 온 무역선에 페스트균이 실려 들어왔는데, 이로 인해 마르세유 전역에 전염병이 돌았다.

이 지역은 2년 만에 인구 9만명 중 절반이 넘는 5만명이 숨졌고 주변지역을 합하면 사망자는 10만명이 넘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광장마다 시체가 산처럼 쌓였고 마르세유 주변에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페스트벽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콜레라

콜레라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 배설물 등으로 전파된다. 잠복기는 1~5일이다.

원래는 인도 갠지스강 인근 풍토병이었으나 1817년 이후 전 세계로 퍼졌다. '콜레라'는 히브리어 구어로 '인간쓰레기'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호열자(虎烈刺)라고 불렸다.

콜레라는 다른 증세 없이 설사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콜레라가 일반적인 설사와 다른 것은 균이 내뿜는 독이 장벽세포 단백질을 마비시켜 내부 전해질을 장내로 쏟아 붓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전해질 부족으로 세포가 죽게 되고 몸의 수분이 계속 빠져나가게 된다.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적절한 수분보충을 해주지 않으면 단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1817년에는 인도에서는 일주일여 만에 5천여명이 사망했으며 2년 후에는 유럽과 중국 등에서도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또 1821년 우리나라(당시 조선)에서도 8천~9천여명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전 세계적으로 콜레라로 인한 사망자는 수십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스페인 독감

스페인 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 중 전 세계로 퍼졌다.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기지에서 처음 발병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제1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18~1919년 당시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의 변형인 H1N1 바이러스에 의해 유행한 이 독감은 세계 각지에서 사망자를 냈으나 각국의 보도검열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스페인 언론이 이 질병에 대해 깊이있게 보도하면서 '스페인 독감'으로 명명됐다.

스페인 독감은 흑사병과 함께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인도에서 1천250만명, 미국에서 55만명 가량 죽었다고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700여만명이 감염돼 1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는 이 병으로 전체 인구의 1/3이 감염됐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사망자는 2천500만~1억명 사이라고 분석된다. 1차 세계대전 전쟁 사망자가 900만명으로 집계되는 것을 보면 이 질병의 위험성이 쉽게 가늠된다.

흑사병은 후진국 뿐 만 아니라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계속 사례가 발견되는 질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흑사병과 유사한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다만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치사율 및 전파율은 극도로 낮아져 과거와 같은 집단 발병이 재현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콜레라 역시 위생관념이나 상하수도 시설이 갖춰진 이후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 경구수액요법 등 콜레라 치료법 개발로 선진국에서는 사망사례를 찾기 힘들다.

스페인 독감의 경우 앞선 흑사병, 콜레라와 같은 고대 유행병이 이어져온 것이 아닌 독감 바이러스 변형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이 처음 발병한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이미 세균학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있었고 공중보건 체제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현대에 발생하는 신종 인플루엔자 독감과 같이 바이러스 변이로 인한 감염병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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