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홍기준 시인

반드시 문지방은 혼자 힘으로 넘어야 한다.

간난 아기일 때를 제외하고 부모나 타인의 도움으로 문지방을 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돌잔치를 통해 스스로 문지방(방안 편안함의 한계점)을 넘게 됨을 축하해 준다.

때때로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갖가지 어려움을 대신해 주려하고 이것은 결국 의타심과 무능력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즐거움을 물리친다는 것은 인생의 자립을 위한 첫 번째 시험 무대이다. 겨울 찬바람 속에서 눈을 뚫고 나오는 새싹이 없다면 온 세상은 사막이 되어 푸른 생명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한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의 반은 잘못됐다. 복은 어디에서 주는가? 하늘인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초자연 현상인가? 운이 좋아서 라고 하지만 그 운은 또 어디서 온다는 말인가?

이 말은 결국 근원이 자기 자신에게 있고 덕과 지혜가 복이 오는 근원이 되니 착한 공덕을 쌓으면 복이 온다는 말일 것이다.

동양에서 덕은 다섯가지가 있다고 하여 오덕(五德)혹은 오상(五常) 즉 인간이 지켜야 할 도덕적 규범으로서 '인·의·예·지·신 (仁義禮智信)' 다섯가지 반드시 인격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인(仁), 착함이란 배려심을 나타내나 지나친 사랑은 정의로움을 잃고 타락한다.

둘째 의(義), 정의로움은 사회생활을 지탱하는 질서이지만 나만 옳다고 하면 독선이 되고 만다. 셋째 예(禮), 예절을 지키는 겸손이 근본이나 비굴한 아첨이 되선 안 된다.

넷째 지(智), 세상을 밝히는 지혜로움이나 타인의 능력을 존중하여 공동번영을 이뤄야 한다. 다섯째 신(信), 믿음으로 신용사회를 유지해야 하나 어리석게 잘못된 사실을 믿으면 안 된다.

조화를 이뤄야 하는 위 다섯 가지 덕에는 생명을 불어넣는 큰 비밀 있는데 바로 자신의 조절 능력이다. 문지방을 혼자 힘으로 넘을 때 비로소 덕을 얻게 되는 것이다. 삶의 난관을 넘을 때 아무리 힘들어도 계속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시적 타인의 부축도 필요하나 본인의 의지력이 먼저다.

복을 받고 잘 살려고 하면 반드시 자신의 능력과 함량에 맞는 적절한 분수를 알아야 자신에게 맞는 덕을 쌓을 수가 있다. 좋은 것도 지나치면 나쁜 것이 되고 보약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것이니 나에게는 약이 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되는 수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상대방을 배려하고 살펴야 한다.

그러나 자기 스스로 문지방을 넘는 것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온갖 정보의 범람과 소음공해, 생존경쟁의 피곤함에 얽혀 현대인들의 뇌는 정상적 작동하기 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게 되고, 미디어의 범람으로 말로만 하면 다 이뤄질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리라. 의지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질수록, 작은 일에도 눈물만 보이는 유약한 잎들이 어찌 무서운 세상의 바람에 견뎌낼지 인생 선배로서의 우려와 고뇌 그리고 밀려오는 서러움을 어쩔 수가 없다.

홍기준 시인
홍기준 시인

이제 우리는 '인·의·예·지·신' 오덕의 교훈과 문지방을 스스로 넘는 의지력을 바탕으로 자신과 우리 사회의 복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오덕의 균형과 조화 그리고 한계를 극복하는 인내와 사랑으로 새 시대의 복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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