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태동 음성 감곡초등학교 교사

사람들이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 배운 것만큼만 사회에 나가 실천한다면 누구나 영웅이 된다"고 말하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실제 생활의 연결이 쉽지 않음을 설명하는 사례일 것이다. 사실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데, 바쁘다는 이유로 신호를 무시하는 운전자들, 위험한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일삼는 사람들, 골목길, 아파트단지, 학교를 비롯한 관공서 울타리, 각종 축제장과 공사장에 쓰레기를 남기는 사람들,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던지는 흡연자들…. 이런 모습을 만날 때면 높아지는 빌딩과 주변의 화려한 건축물 증가와는 대조적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쉬워진다.

더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저 건너편에는 역설적으로 어떤 고정된 습관의 소유물들이 들어 있지는 않을까. 평소 작은 규칙이나 법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다수를 위한 공익적 차원의 약속이자 배려이며 기본적 예의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영웅이라고 하면 위기에 출현한 비상한 우두머리를 말하곤 했다. 이순신 장군이나 유관순 열사, 윤봉길 의사와 같이 희망을 준 위인, 그렇다면 요즘 영웅은 어떤 사람들일까? 재미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도덕 수업을 하며 느낀 점은 대부분의 3~6학년 학생들 생각은 놀랍다. 가족, 이웃 혹은 친구들과 관광지나 여행지에 갔을 때 흥미로웠던 일, 자신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거나 친절했던 경찰관, 소방관, 안내원, 지역민, 그리고 가족(엄마, 아빠, 기타), 선생님 등 지극히 평범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열거한다.

즉, 바라보는 영웅이 아니라 조금 더 인간적이고 어깨를 나누며 공감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우리 인생 항로에서 영웅의 기준은 분명 변한다. 축구선수 손흥민이나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국내로 불러들이는 방탄소년단을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컸던 영화계의 별 봉준호 감독, 운동과 노래, 춤에 소질이 있는 사람들,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마을 벽화를 그려주며 행복을 나누는 화가들, 아깝게 버려지는 물건으로 동네 환경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노인들의 모습에서도 영웅의 모습이 발견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퇴치)를 세상에 처음 알려 환자 발생을 사전에 경고했던 중국의 리원량 의사의 용기와 안타까운 죽음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가 진정 영웅인 것이다. 노르웨이의 올라브 헤우게(Olav H, Hauge)의 "진리를 말하지 마세요" 란 시구가 떠오른다.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 오세요 /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 오듯 / 바람이 한 톨의 소금을 가져 오듯.

이태동 음성 감곡초 교사
이태동 음성 감곡초 교사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사회적 합의에 의한 보편적 질서를 존중하고 개인의 잠재적 능력과 개성을 살리는 교육, 그것이 관건이다. 거창한 구호보다 교육의 본질 추구가 훨씬 실용적이지 않을까.

다 함께 생존할 수 있는 다 가치(多 價値) 교육 사회에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