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강화 위한 선택…금산 인삼 선호도 높아

인삼 사포닌인 진세노사이드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농업유산에 등재된 금산전통인삼농법과 금산 인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금산군 제공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면역력 강화 제품으로 인삼이 주목받고 있다. 인삼의 사포닌은 진세노사이드라고 부르는데 항산화 및 면역 기능 증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랜 기간 보혈강장제로 이용되어 왔다. 금산 인삼은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시행 전부터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 인증 사업에 나서며 품질 향상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8년에는 1천500년 역사를 가진 과학적 전통재배법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중요농업유산(FAO)에 등재됐다. 세계가 인정한 금산전통 인삼농법을 소개한다. / 편집자 
 
#역사성

금산인삼은 고려인삼 종주국으로서 전통과 고유 품종을 계승하고 있다. 인삼을 부르는 호칭을 보면, 중국은 고려인삼, 일본은 조선인삼, 유럽과 미국은 'Korean ginseng'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고려인삼의 종주국임을 강조하고 있다.
 
명의별록에 따르면 549년 백제와 진나라 사이에 고려인삼이 교역되었다는 기록이 있고, 삼국사기에는 백제 무령왕이 양나라 무제에게 고려인삼을 공물로 보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삼은 최소 4년을 기다려야 수확이 가능한 기다림의 농사다. 정성스럽게 재배한 인삼을 수확해 가공하는 모습 또한 고유한 문화경관이 됐다. / 금산군 제공
 

고려인삼은 1천500년 전부터 주변 국가와의 수교품, 교역품으로 사용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었다. 15세기 이전까지의 인삼은 산속에서 자생하는 야생인삼이었지만 인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위적 인삼재배 형식인 이른바 '인삼농업'이 시작됐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에 한국에서 인삼재배가 실시됐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금산군(당시 진산군)은 인삼 재배에 있어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금산의 인삼농가들은 15세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선인들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구축된 인삼농업의 전통적 지식체계를 계승하고 있다. 대표적인 특징이 경작지를 순환하는 '순환식 이동농법', 야생인삼과 유사한 친환경적인 '향과 바람의 순환', 농가별 자가 채종방식인 '전통적 인삼씨앗 개갑처리'이다.

이러한 금산인삼농업의 전통적 지식체계는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가장 큰 이유이자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삼 속의 식물종은 6~7종이 알려지고 있는데, 세계시장에서 상품으로 유통되는 인삼종은 3종에 불과하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북동부 등 아시아 극동지역에서 분포, 재배되고 있는 고려인삼종과 미국, 캐나다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화기삼이 있다. 인삼에는 30여 종류의 사포닌 성분이 포함되어 있고, 사포닌 이외 약리 활성 성분으로서 암면역 증강효과를 보이는 산성다당체 성분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종자관리도 금산전통인삼농법의 독창적인 특징이다. 금산의 인삼 농가들은 전통적으로 3년생 인삼에 열린 열매(종자)를 자가 채종하고 채종한 종자를 보관, 개갑처리, 파종하면서 농가별 다양한 종자를 지속적으로 보전해 오고 있다.
 
1996년 충남 인삼약초연구소에서 금산군 남이면 성곡리 인삼 재배지의 인삼 품종을 조사한 결과, 국내에서 많이 재배되는 5개 고유 품종과 유전자적으로 차이를 보인 3개의 고유품종(금선, 금진, 금원)을 확인했다.
 
#독창성

금산지역에서 인삼의 인공재배가 시작된 후 약 500년간 인삼농업이 지속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10~15년의 사이클에 의해 지속가능한 토지이용방식인 '순환식 이동농법'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인삼을 한번 재배한 곳은 10~15년간 휴경과 타 작물로 윤작해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지력을 회복, 새로운 인삼재배지로 복원되는 것을 말한다. 휴경과 윤작은 생물학적 회복 과정이며, 예정지 관리 단계는 토양 물리학, 화학적 회복 과정이다.

고유품종 보존 종자관리

 
인삼 재배를 위해서는 지력 회복이 가장 중요한데 휴경과 윤작만으로는 완전한 지력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삼재배 전 2년 동안 예정지 관리가 필수다.
 
금산인삼 전통 재배법의 가장 큰 특징은 방향과 바람이 순환하는 해가림 농법이다. 1778년 편찬된 영조실록에는 해가림 시설에 의한 재배법이 개발되어 인삼의 인공재배가 보편화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해가림 농법

500년 이상 계승되어 온 해가림 농법은 일부자재의 원료가 변화되어 왔을 뿐 해가림 시설의 기본원리와 구조(높이, 모양)는 현재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채종 방식도 독특하다. 3년생 이상의 인삼에서 채종된 종자로, 수확예정 1~2년 전의 연생에서 채종하며, 채종횟수는 1회로 제한한다. 종자는 개갑 처리한다. 채종직후 인위적으로 인삼종자 배의 후숙을 촉진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금산지역 인삼농가는 오래 전부터 농가별 자가 채종 방식을 고수해 오면서 다양한 종자를 지속해서 보유, 보전해 왔고, 다수 농가의 체험담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삼재배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기록으로 남겨 소중한 농업유산으로 지켰다.
 
평균 해발고도 250m 내외의 산간침식 분지를 이루고 있는 금산은 산과 강이 전체 면적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마을의 발달 형태는 평야와 강을 따라 중심지가 형성되어 왔다. 산간 구릉지 주변 마을은 인삼을 주로 재배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농경문화를 간직했다.
 
상층부의 인삼재배에 있어 주변 산림은 천연 해가림을 제공하며 낙엽은 유기질 퇴비 역할을 한다. 하층부의 논에서 나온 볏짚으로 해가림 시설을 만들고, 인삼밭 윤작을 통해 일반 농산물을 수확했다. 가장 하층부인 하천이나 강에서는 인삼재배지로 골바람을 형성해 바람의 순환을 돕고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
 

인삼재배지 방향에 따른 일조량 변화

반음지 특성을 갖는 인삼재배지 주변에는 선태식물류가 서식했다. 식물이 쉽게 뿌리 내리는데 도움을 줬고 토양 퇴적과 형성에 영향을 줘 경사지의 인삼재배지 토양 유실을 방지했다.
 
인삼재배지와 주변 자연환경과의 밀접한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금산전통인삼농법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생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금산 인삼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삼으로서의 대표성도 갖고 있다. 생산, 가공, 유통의 중심지가 바로 금산이다. 인삼농가 비율과 인삼제조업체 비율, 인삼 관련 사업체 비율에서 대한민국 인삼 물류의 중심임을 확인할 수 있다.
 
금산군 내 전체 농가 가운데 인삼농가 비율은 37.8%, 전국 대비 금산군의 인삼류 제조업체 비율은 74.6%, 금산군 내 인삼 관련 소매 사업체 비율은 83%를 자랑한다. 역사성과 전통성, 독창성을 가진 금산인삼은 최근 안전성이라는 날개를 달고 시장 차별화를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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