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금란 대전본부 부국장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국경을 넘나드는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비상이다.

한국인 신종 코로나 환자 2명이 참석한 '싱가포르 콘퍼런스'를 통해 유럽 3개국에도 바이러스가 전파됐다. 중국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중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홍콩에서 훠궈(중국식 샤부샤부)를 같이 먹은 일가족 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등등 10일에도 신종 코로나 확산 관련 속보가 이어졌다. 전 세계로 퍼지고있는 신종 코로나로부터 그 어느 나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비상시국인데도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이날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설 교육감을 비롯해 5명으로 꾸려진 이번 미국 방문단의 목적은 학생 온라인수업 교류와 교사연수 등을 위한 현지 교육기관과의 업무협약 체결이다. 뉴저지 주에 있는 블룸필드교육청과 블룸필드대학 등을 찾아 학생 온라인수업 교류와 교사 연수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현지 초·중·고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향후 교류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또 뉴욕에 있는 아이베카 국제가상학교와의 업무협약 등 5박7일 일정을 소화한다.

방문내용을 살펴보면 시급을 다투는 사안은 아니다. 미국 교육기관과의 화상수업 업무협약은 그동안 영국문화원 사이트를 통해 진행하던 화상수업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관련 분야의 국제교류 범위 확대 차원에서 추진됐다. 이미 호주 등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통해 관내 학교에서 국제 화상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번 협약 일정을 연기한다해도 3월 새학기 학사일정에 큰 차질은 없어 보인다.

설 교육감은 출장에 앞서 지난 6일 기자실에 들러 "이번 협약은 지난해부터 추진해 일정을 확정했으며 시의회의 심의도 받았다"며 "3월부터 학교에서 온라인 화상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기를 미룰 수 없어서 예정대로 진행 한다"고 밝혔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출장을 취소할 경우 외교적 결례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도 내세웠지만 신종 코로나는 전 세계적인 이슈로 현지 관계 기관에 양해를 구했다면 충분히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심도 있는 논의와 고심 끝에 결정한 일이지만 과연 시기적으로 적절했는지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지금이 미국 출장 갈 때인가, 이번 업무협약이 촌각을 다투는 사안인가"라고 반문한 뒤 "대전교육감의 미국 출장은 시의회 심의를 거친 예정된 일정이라 하더라도 신종 코로나에 학생, 학부모,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새 학기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을 대책을 마련하고 개학 연기나 휴업 등에 따른 수업일수 조정 등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던 시기 동유럽으로 연수를 떠나 여론의 강한 질책을 받은 사례를 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지 못 했을까? 참으로 안타깝다.

동유럽 연수로 물의를 빚은 충남 시·군의회 의장단은 지난 5일 귀국하면서 "사전에 계획된 연수였고 출국 결정 당시 이처럼 신종코로나가 급격히 확산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유야 어쨌든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언론을 통해 부적절한 선택이었음을 시인했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김금란 대전본부 부국장

현재 대전지역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없지만 며칠 전 확진자를 접촉한 사람이 확인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신종 코로나 사태를 뒤로하고 설 교육감은 굳이 떠나야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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