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지식산업진흥원장

실감미디어 대중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시장이 5G 상용화와 결합하면서 빠르게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은 4번째 기술 플랫폼으로서 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적인 환경으로 진화하는 신융합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5G 통신 등 핵심기술의 발전과 융합으로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 초고속 환경이 조성되면서 새로운 융합제품 및 서비스가 속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2019년 Top10 전략기술' 가운데 하나로 '실감기술(Immersive Technologies)'을 선정하고 앞으로 5년 안에 자신의 몸은 물리적인 3차원 현실 세계에 있지만 디지털 세계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혼합현실(MR) 기술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2018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VR·AR·MR·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한 콘텐츠를 '뉴 콘텐츠(New Contents)'로 규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0월 '실감콘텐츠산업 활성화 전략'을 발표하면서 공공·산업 분야 실감콘텐츠 신시장 창출 지원을 핵심과제로 꼽았다.

얼마 전 과기정통부는 '2020년도 디지털콘텐츠산업 육성 추진계획'에 VR·AR 등 실감기술을 활용하는 혁신적인 5G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1천900억 원 규모의 투자 방안을 담았다. 2020년을 5G 기반 실감콘텐츠가 다양한 산업과 연결되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실감경제' 패러다임의 원년으로 명명했다. 새로운 블루오션 개척의 첫걸음인 셈이다.

실감경제에 대한 개념은 2018년 영국 혁신 지원기관인 Innovate UK의 'The Immersive Economy in the UK'라는 정책보고서에 제시되어 있다. 실감경제는 경험경제에서 발전된 형태다. 실감기술로 인해 경험영역이 확장된다. 미가공 재료 추출→대량생산 중심의 제품경제→서비스 경제→경험경제로 진화한 경제적 가치가 실감경제(Immersive Economy)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동인은 VR, AR, 홀로그램 등 실감기술이다.

이 정책보고서에서 주목할 것은 실감기술을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범용기술은 역사적으로 영향력이 큰 소수의 파괴적 기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러 산업에서 공통으로 활용되고 진화가 빠르며 산업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18세기 말 제1차 산업혁명의 증기기관, 20세기 초 제2차 산업혁명의 전기와 자동차, 20세기 말 제3차 산업혁명의 인터넷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경제 전반에서 생산성 향상을 촉진했으며 다른 기술과 상호 보완 작용하면서 기술적 조력자(Enabler)로 산업혁신을 주도했다.

최근 산업연구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실감형 콘텐츠를 포함한 지능형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인공지능, 바이오헬스 등 9개 신산업의 세계 시장 전망치(2017~2023년) 중에서 실감형 콘텐츠가 58.1%로 성장성이 가장 컸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노근호 충북지식산업진흥원장

우리나라는 저성장 기조 고착화와 주력산업의 성장한계를 타개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충북 제조업의 르네상스 전략도 신산업 집중 육성과 기존 주력산업 혁신을 통한 산업구조 재편에서 찾아야 한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실감콘텐츠산업이 해법이 될 것이다. 아직 신장세가 더딘 국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특화 전략과 지역의 튼실한 제조업을 실감기술과 융합하는 과감한 디지털 전환이 모색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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