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13일 오전 10시 20분께 청주흥덕경찰서 민원인 주차장으로 25인승 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어린이 통학차량 운영 허가를 받기위해 이곳을 찾은 버스 운전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도로가 중간에 끊기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운전기사는 비어있는 주차공간을 활용해 겨우 차를 돌렸다. 여유 공간이 없었다면 후진으로 차를 빼야하는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흥덕서 주차장 도로가 막힌 것은 '민원인 편의 제고 및 보안 강화를 위한 청사 개선사업' 때문이다. 흥덕서는 청사 방호역량을 높이고자 주차공간 총 240여면 중 36면만 민원인에게 내줬다. 이로 인해 녹색 철조망으로 민원인 주차구역과 직원 주차구역을 나눴다. 대형차의 청사 출입을 고려하지 않은 경찰의 주먹구구식 정책시행으로 해결할 수 없는 민원인 불편사항이 생겼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흥덕서는 국민 편의와 인권보호를 이유로 민원실을 통한 청사 출입만 허용하고 있다.

민원인들은 현재 이곳에서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방문증을 받아 내부로 들어간다. 좋은 일로 경찰서를 찾는 경우가 드물다는 사회통념상 인권침해가 우려된다. 또 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착되면 금속탐지기 통과를 위한 소지품 검사도 해야 한다.

지방청 경무과장 시절, 청사개선 사업을 추진했던 이상수 흥덕서장은 나름 민원인 불편사항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5인승 버스가 주차장 탈출을 시도하던 때에도 이 서장은 민원실에서 '청사 개선사업' 추진사항을 직접 점검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탓에 이 서장의 노력은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서장의 지시 내용도 '안내데스크 위치를 조정해라, 쓸데없는 물품은 치워라' 정도다.

신동빈 사회·경제부 기자<br>
신동빈 사회부 기자

경찰청의 청사 개선사업은 시행 전부터 현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범사업 기간에도 경찰만 편하고 민원인은 불편한 사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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