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받는 존재로 태어난다.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받은 힘으로 살아간다. 자식은 부모의 물질적인 지원 보다 정서적인 사랑으로 성장한다. 사람은 사랑으로 성숙해간다. 사랑은 거부할 수 없는 삶의 구성요소 중 하나다. 인간은 사랑의 부재로 행복할 수 없는 존재다.

부모 자식 간에 주고받는 사랑은 내리사랑과 치사랑이다. 내리사랑은 부모가 자식을 아끼는 마음이고, 치사랑은 자식이 부모를 보살피는 마음이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사랑도 내리사랑이 정수(精髓)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의 의미가 심오하다. 물이 채워져야 넘쳐흐르듯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자식이 치사랑을 할 줄 안다.

며칠 전 지인의 내리사랑 얘기를 들었다. 딸의 안부가 궁금해 "엄마 뭐하시니?" 물을 때마다 "엄마 주무시는데요."라는 손자의 답변을 한동안 빈번하게 들었다고 한다.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단다. 그 즈음 친정집에 온 딸이 온 종일 잠만 자는 모습에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단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4살짜리 손녀가 감정을 교감하지 못하고 자폐증상의 반응을 보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무너져 내렸단다.

언젠가 공무원인 사위가 "장모님! 저 양복 한 벌만 사주시면 안돼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딸의 버거운 살림살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사위를 맹랑하다 생각했던 자신이 민망해졌단다. 외벌이로 삶의 무게를 지탱하며 안간힘을 쓰다 딸이 심리적으로 번 아웃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무기력에 빠진 딸은 손녀를 방치했고 정서적인 애착이 형성되지 못했다고 한다. 친정엄마는 곧장 서울로 올라가 딸과 손녀가 겪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단다. 친정엄마의 마음씀씀이가 내리사랑이고, 내리사랑이 딸과 손녀를 살렸다.

내리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성숙한 어른이다.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보답 받고 싶은 심리가 치사랑을 갈망하게 한다. 자식이 전화를 안 하면 부모가 속상하듯, 부모가 무관심하면 자식도 서운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머슴처럼 키우면 머슴이 되고 정승 같이 키우면 정승이 된다'는 말이 있다. 내리사랑과 치사랑을 주고받는 건강한 관계는 지금 사는 것이 어떤지, 힘들고 어려운 점은 없는지를 서로 묻고 답하는 마음으로 돈독해진다.

내리사랑을 하려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욕구를 내려놓는 마음공부가 먼저다. 제임스 앨런은 '인간의 마음은 정원과 같아서 지혜롭게 가꿀 수도 있고 야생의 들판으로 버려둘 수도 있다. 그러나 가꾸건 방치하건, 무언가는 반드시 자라난다. 유용한 씨앗을 심지 않는다면 쓸모없는 풀씨만 날아와 잡초가 무성하게 자랄 것이다.'고 했다. 마음에 내리사랑의 씨앗을 뿌릴지 치사랑의 씨앗을 뿌릴지는 우리의 몫이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내리사랑이다. 김형영 시인의 '따뜻한 봄날'을 다시 읽었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세상이 온통 꽃 핀 봄 날/어머니 좋아라고/아들 등에 업혔네./마을을 지나고/들을 지나고/산자락에 휘감겨/숲길이 짙어지자/아이구머니나/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하시나요./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어머니의 내리사랑이 눈물겹고 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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