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도매상 이용해 병·의원, 약국까지 전방위 영업
충북경찰청, 지난 7일 J약품 청주사무실 압수수색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국내 유명 제약회사인 H약품이 영업대행사를 이용해 수십억원대의 불법 리베이트를 의사와 약사들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H약품의 영업대행사는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J약품이다. 16일 중부매일이 공익제보자로부터 입수한 '2018년도 J약품 월별 지출결의서와 금융할인 관련 자료'에 따르면 10여 곳의 병·의원 및 협회, 약국 10여 곳을 대상으로 불법 리베이트 영업을 벌여왔다. 
 

이 자료에는 외부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각 병·의원과 약국의 매출액이 원 단위까지 적혀있다. 그에 따른 리베이트 금액, 입금 날짜, 지급 방법, 각 병원 담당직원 이름 등도 상세히 기록돼 있다. 

H약품의 영업대행사인 J약품의 지난해 2018년 12월 내부 지출결의서(빨간색 표시-리베이트 지급 금액, 파란색 표시-리베이트 비율). /중부매일
H약품의 영업대행사인 J약품의 지난해 2018년 12월 내부 지출결의서(빨간색 표시-리베이트 지급 금액, 파란색 표시-리베이트 비율). /중부매일

J약품 지출결의서를 보면 매출 및 거래기간에 따라 리베이트 비율(정산금액의 2.5~22%)을 산정했다. 재작년 12월 2천550만원의 처방전 매출을 기록한 서울의 A의원은 리베이트 비율에 따라 총 504만원을 돌려받았다. 지급 방식은 현금이다. 

충북의 B소아과도 244만원의 리베이트 비용을 현금으로 챙겼다. B소아과는 J약품 직원을 통해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 영업사원들은 처방전을 내리는 병·의원 뿐만 아니라 그에 딸린 약국에도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다만 비율은 병원보다 다소 낮았다. 

서울의 C약국은 한 달에 최대 79만원의 현금을 돌려받은 경우도 있었다. 충북의 일부 약국도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장부는 기록돼 있다. 

이처럼 리베이트를 받는 병·의원이 2018년 1월부터 7월까지 J약품으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총액은 2억1천966만원에 달한다. 

자신을 공익제보자라고 밝힌 Q씨는 지난해 10월 J약품 리베이트 관련 정황이 담긴 파일을 경찰에 넘기며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Q씨는 "H약품의 영업대행사인 J약품은 병·의원 및 약국에 금융 할인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했다"며 "이를 위해 H약품은 J약품에 리베이트를 위한 비용 중 일부를 매출할인(일정한 기간에 한 거래처에서 많은 물량이나 큰 금액의 물건을 팔았을 때 그 거래처에서 가격을 할인해 대금을 일부 반환해 주는 일)으로 보장해 줬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불법 영업은 소비자가 약의 가격을 원가보다 비싸게 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1천원의 약을 2천원에 팔면서 남는 차익을 제약회사, 영업대행사, 병·의원, 약국이 나눠 갖는 구조다.

이와 관련, 충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7일 불법 리베이트 정황 등을 확인하기 위해 J약품 청주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J약품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은 맞다"며 "공익제보자로부터 받은 자료를 면밀하게 확인하고 있지만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답변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J약품 관계자는 "압수수색한 사실이 없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J약품에 근무하는 한 직원도 "나는 알지 못하는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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