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최근에 서울 대학로 명작극장 2관에서 음악동호회 이상만 회장의 초대로 '락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았다. 비극을 소재로 했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려고 파격적으로 락 음악을 대입하여 뮤지컬을 꾸몄다. 그래서 극을 시작하면서 출연진들이 반바지와 티셔츠, 민소매 블라우스 차림으로 춤을 추며 관객시선을 집중시켰다. 이 작품은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5막 비극(悲劇)으로 420여 년 전 출판되었다.

베로나의 몬터규가(家)와 캐풀렛가(家)는 일찍부터 서로 반목질시하는 명문가였다. 캐풀렛가의 무도회에 간 몬터규가의 아들 로미오는 뜻밖에 캐풀렛가의 딸 줄리엣을 사랑하게 된다. 두 사람은 로런스 신부의 도움으로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리지만, 양가 친족들 간에는 칼부림이 일어난다. 친구인 마큐시오가 살해되자 로미오는 이를 복수하기 위해 상대방인 티벌트를 살해하고 추방형을 받는다.

두 사람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하룻밤을 함께 지낸 후, 로미오는 만토바로 도피한다. 아버지의 명령으로 패리스 백작과 결혼하게 된 줄리엣은 로런스신부가 준 비약(秘藥)을 먹고 가사(假死) 상태로 납골당에 안치된다. 줄리엣이 죽었다는 기별을 받은 로미오는 납골당으로 달려와 애인이 정말 죽은 줄 알고 음독자살한다. 가사상태에서 깨어난 줄리엣은 모든 진상을 알아채고 단검으로 가슴을 찔러 자살한다는 줄거리이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극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운명적 연애 비극으로서, 청년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명성을 일시에 떨치게 한 대표작이다. 또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주제로 한 유명한 음악도 많이 나왔다.

한편 이번 뮤지컬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참 좋았다. 로미오역의 황수빈, 줄리엣의 김단아, 유모 백시안, 로렌스 신부 이석원, 케플릿 부인 한지연, 패리스 백작 함서진, 수녀 전영진, 디제이 양형준 등 젊고 발랄했다.

이번 공연은 현대식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하여 관객들이 음악과 더불어 손뼉을 치며 흥을 즐겼다. 특히 주인공 줄리엣과 로미오는 노래로 사랑을 고백하며 청순하고 아름답게 깔끔하고 멋진 연기로 젊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신부역의 이석원과 수녀역의 전영진은 해학적인 연기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셰익스피어는 최고 극작가로 '한여름 밤의 꿈',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 걸작들이 많다. 그의 작품들은 음악과 접목하여 예술 명작들을 많이 낳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멘델스존은 '한여름 밤의 꿈' 중'녹턴',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 '템페스트', 푸치니는 오페라 '그대의 찬 손', 구노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등 문학작품을 오페라나 뮤지컬, 클래식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있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셰익스피어의 문학과 음악을 연결한 락 뮤지컬은 젊은 관객들이 쉽고 친숙하게 작품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어 많은 도움이 될 듯 싶었다. 글을 쓰는 필자도 음악과 문학의 접목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문학 애호가에게는 문학작품을 더 깊게,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음악 속에 담긴 스토리를 이해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락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은 관객들의 눈과 귀, 머리와 가슴을 만족시켰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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