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박희순 미원중학교 교사

해마다 2월이면 학교는 만남과 이별이 공존한다. 졸업의 아쉬움과 입학의 희망이 출렁이는 여울처럼 역동적이다. 새로운 싹을 틔워내는 봄의 시작이며 새학년, 새학기 준비로 분주하다. 내게는 올 한 해 어떤 주제로 수업에 임할까를 심도 있게 고민하는 시기 또한 2월이다.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에 의하면 2019년에는 2018년과 비교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학생들이 생각하는 북한과 통일에 대한 인식도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랫말을 듣고 자란 세대인 만큼 나에게는 통일은 꼭 돼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자주 부르고 들었던 이 노랫말이 언제부터인지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고, 통일은 더 이상 우리의 염원이 아닌 것처럼 인식되어 통일교육도 빛을 바랬다.

그렇지만 남북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수업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통일이야기가 나오게 됐고, 통일이 주는 이점과 통일이 됐을 때의 한반도를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지수가 올라갔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우리는 전쟁의 공포와 위협에 얼마나 시달렸던가. 강대국들의 말 한 마디에 우리는 몸서리치게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이젠 전쟁이 아닌 평화로 가는 기로에 서서 통일보다 더 가까운 평화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 같다. 아이들도 통일보다는 한반도 평화에 더 쉽게 마음을 열고 평화를 주제로 한 남북한 문화공연 및 스포츠 행사에 관심을 보였다.

그 동안 금단의 영역이자 공간인 북한을 소재로 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패러글라이딩 도중 토네이도에 휩쓸려 북한 땅에 불시착한 여성 기업인 윤세리와 북한군 장교 리정혁이 사랑에 빠지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북한 사투리와 남한 상품들이 공공연히 거래되는 장마당을 보면서 북한 관광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통일부는 관광객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과 개성을 방문하는 개별관광과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한 관광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어떤 방식이든 일단 북한 관광의 문이 열린다면 가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설 것이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평양시에 배낭을 멘 한국 관광객들이 줄지어 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뿌듯해진다"고 했다.

통일의 첫 걸음은 만남이다. 만남은 상대방에 대한 호의로 시작된다. 호의를 가지고 만남이 이뤄진다면 그 만남은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아이들과 함께 남북한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피스풀 뉴스(Peaceful News)'를 수업에 다양하게 적용시키고자 한다. News는 'North, East, West, South'의 약자로, 동서남북의 평화와 화합을 염원하는 의미이다.

수업의 동기유발을 평화로 시작하고 싶다. 스탠퍼드 심리학 연구팀에 의하면 음식, 옷이나 음악취향, 기부행위, 환경 및 평화교육 등을 일정한 연령대까지 해보지 않으면 시도하기 어렵다고 한다. 대체로 13세에서 28세 정도까지 젊은 시절에 해보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 새롭게 시도하기 어렵다는 장기 종단 연구다.

박희순 미원중학교 교사
박희순 미원중학교 교사

그 만큼 행동변화가 어렵다는 이야기인데, 평화통일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우리가 경험하지 않고, 배우지 않으면 평화와 통일은 낯선 이야기일 뿐이다. 졸업의 아쉬움이 떠난 자리에 입학의 생동감이 움트는 2월. 아이들과 함께하는 평화 통일 교육 '피스풀 뉴스(Peaceful News)' 수업을 준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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