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경영 수필가

까마귀 새끼 자라 늙어 자신을 먹여주던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며 보답한다는 반포보은(反哺報恩). 자식이 자라 어버이 은혜에 효(孝)를 다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이름도 예쁘고 뜻도 예쁜 보은(報恩). 씨앗을 심으면 싹이 나고 바람과 비와 햇빛을 통해 열매 맺음과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생명이 넘실대는 농촌. 날마다 다른 빛으로 물드는 사계절이 주는 풍요로움을 보며 대추가 붉게 익어가는 보은으로 출퇴근하던 어느 해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까마득한 모교 후배들에게 매 년 학기마다 학생들에게 직접 장학금을 전달하며 그들을 격려한다. 키다리 아저씨의 후원 가운데 성장해 가던 소설속 주인공 쥬디처럼,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편지를 쓰게 하였다. 그녀는 일일이 답장을 해 주었고 답장을 받은 학생들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장학금으로 이어진 선후배의 만남이 학생들에게 더 큰 꿈을 선물하게 되었고, 살아 온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앞에는 보청천이 흐르고 뒤에는 삼년산성이 있는 산모퉁이에서 바람이 세게 분다는 바람부리 마을에서 자란 밝고 명랑한 소녀. 고등학교 3학년 졸업도 하기 전 공무원시험에 합격, 집안에서는 경사 났다고 어서 빨리 취업하라 하였지만 소녀는 대학을 꼭 가고 싶었다. 때마침 담임선생님께서 "4년 등록금과 용돈까지 해결 할 수 있는 네게 딱 맞는 대학이 여기에 있다"며 맞춤형 입시지도를 해 주셨다. 여학교 시절 책을 읽으며 꿈을 꾸었고 마음속에 품은 작은 씨앗이 소녀의 인생에서 꽃으로 피어 서울로 대학을 가 마음껏 공부 할 수 있게 되었다.

꿈은 어떤 이의 인생항로를 향해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 갈 수 있게 하는 나침반이다. 그녀는 법무자치연수원 교수를 거쳐 지역의 자랑스러운 여성 지도자가 되었다.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며 선생님께 감사인사를 드리러 찾아뵙던 날, "네가 받은 대로 너도 그렇게 살아라"는 가르침이 그녀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장학금의 시작이 되었다 한다. 20여년 가까이 모교에 장학금으로 내놓은 금액은 값으로 셀 수 없을 뿐더러, 수혜를 입은 후배들만도 300여명에 이르니 그것이야말로 삶을 통해 가르치는 진정한 교육이며 사랑의 실천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경영 수필가<br>
이경영 수필가

자신의 성공 뿐 아니라 배워서 남 주는 그녀는 "결코 좋은 환경에서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비젼(VISION)의 사람이 되는 것.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도 일선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정과 원칙에 입각한 엄정한 법 집행, 수용자 인권보호의 책임을 다 하고 있는 그녀는 내 벗이 되었다. 살며 사랑하고, 존경하며 세상사를 벗하는 신실한 동역자로 사명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다. 인품이 올곧고 됨됨이가 갖추어진 '된 사람',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인생친구 멋진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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