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현아 괴산 사리면 주무관

지난해 11월 신규 공무원으로 임용된 필자는 태어나 자란 곳인 충북 괴산군 사리면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향에서 일을 시작한 지 불과 3개월밖에 안됐지만, 사리면에서 매년 열리는 '백마권역 겨울놀이 축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현재 백마권역 겨울놀이 축제추진위원장이 바로 부친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백마권역 겨울놀이 축제를 작은 지역 축제 가운데 하나로만 생각했는데, 공무원이 되고 난 뒤 바라본 축제는 그동안 봐왔던 것보다 훨씬 놀랍고 대단했다.

한 달이 넘는 준비기간 동안 큰 틀에서부터 시작해 세부적인 것까지 주민들이 주체가 돼 축제를 준비했다.

백마권역 겨울놀이 축제는 다양한 체험이 가능토록 눈썰매장, 얼음썰매장, 토끼굴 체험장 등을 갖춰 지난 1월 4일 개막했다. 먹거리 장터와 농산물 판매장도 마련돼 다양한 먹거리도 즐길 수 있었다.

이같은 준비를 통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양한 연령층에서 큰 호응을 끌어냈고, 주말에만 하루 평균 3천500명이 넘는 방문객이 축제장을 찾았다.

길지 않은 축제 기간이었지만 행사장에서 여러 지역주민분들과 더불어 봉사하며 방문객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축제가 매년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래 전부터 축제를 지켜봐온 필자가 느끼기에도 축제장은 확실히 규모가 커졌고, 내용도 다양해졌으며,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게 운영되고 있었다.

쉼 없이 달려온 백마권역 겨울놀이 축제는 지난 2월 2일 막을 내렸다.

올해 유난히 따뜻했던 날씨로 개막 전 많은 걱정이 앞섰지만, 우려와는 달리 축제는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다른 축제들과는 달리 특별한 볼거리나 이색적인 것이 없는 백마권역 겨울축제가 이처럼 매년 성장하면서 큰 호응 속에 끝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단연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나온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단합이었다고 본다.

행사 추진과 진행을 책임진 축제위원은 물론 마을주민 모두가 사리면을 진정으로 아꼈고 잘되길 바랐다.

주변 9개 마을 이장들이 논에 물을 대고, 지역 주민들로 이뤄진 축제위원들은 밤 새워 제설기로 눈을 뿌리면서 얼음썰매장과 눈썰매장을 만들었다.

방문객이 많은 주말에는 주민들이 나서 주차요원과 안전요원을 자처했다. 먹거리 판매장 직원으로 발 벗고 나서 지역농산물을 홍보하는 세일즈맨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러 백마권역 축제장으로 약속을 잡아 식사하는 등 주민들 각자 본인만의 방법으로 축제 마케팅에 힘썼다.

올 겨울 유독 날씨가 포근했음에도 불구하고 백마권역 겨울놀이 축제가 눈부신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라고 확신한다.

축제가 처음 시작된 지난 2014년만 해도 축제 성공에 대해 다소 의구심이 있었지만, 해마다 발전해 오면서 백마권역 겨울놀이 축제는 괴산을 대표하는 겨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김현아 괴산 사리면 주무관
김현아 괴산 사리면 주무관

자치단체에서 직접 추진하는 화려함을 갖춘 대규모 축제는 아니어도 시골마을들이 함께 마련한 작지만 정겨운 잔치, 소박함속에 옛 정취와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행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주민들의 마음과 의지가 지금처럼 계속 이어진다면 사리면 백마권역 겨울놀이 축제는 중부권, 더 나아가 전국 최고의 축제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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