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경보가 '경계'로 격상되면서 국내 확산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서 개인위생 준수를 당부한 가운데 중부권 거점병원인 충북대학교 병원이 면회를 제한하고 본관 입구에서 모든 방문객들에게 손 소독과 마스크 착용을 실시하고 있다.  /김용수

급기야 중국에서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2천명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에서도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광역시 한 곳이 확진자 1명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 된 것이다.

1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46명으로 하루 만에 15명 늘었으며, 이중 31번 확진자는 중국 여행 이력이 없거나 확진자와 접촉이 확인되지 않아 감염원을 알수 없는 지역 사회 감염자로 추정된다.

대구에 사는 이 확진자는 지난 17일 발열과 폐렴 증세로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다가 긴급 이송·격리됐으며, 다음 날인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앞서 지난 6일 교통사고로 입원한 병원에서 폐렴 증상으로 두 차례나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요청받았으나 중국에 다녀온 일이 없다며 거부했다. 게다가 입원 기간에 교회 예배 2회와 호텔 식사 1회 등 대구 일대를 휘젓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서는 이 확진자의 감염원을 찾지 못하면 지역사회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사회 혼란은 물론 국가재난 수준으로 방역 체계를 격상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그런데 걱정했던 상황이 곧바로 현실로 나타났다. 31번 확진자가 확정 판정을 받은 뒤 하루 만인 19일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13명이 추가로 발생해 지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특히 추가 확진자 13명 가운데 11명이 31번 환자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명은 같은 교회 신도이고 1명은 그가 입원한 병원 검진센터 직원이다.

이에 해당 지자체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 상황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한편 초중고교 개학을 연기했다. 또 이 확진자가 입원한 병원 간호사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 한 곳을 폐원했으며 이 확진자와 접촉한 교회 신도를 찾아내 격리 조치하고 직장과 방문했던 호텔도 폐쇄했다.

방역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현장 대응팀을 현지로 파견해 이 확진자의 감염원과 동선,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지만 활동범위가 광범위한데다가 교회와 호텔 등이 포함돼 접촉 여부 확인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지자 대구지역은 초비상 상태다. 주민들은 감염에 대한 공포로 애를 태우고 있으며 지역사회가 마비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한마디로 대구지역 사회가 '코로나19'로 쑥대밭이 된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31번 확진자가 병원의 2차례 바이러스 조사를 거부하지 않았다면 사태가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단순한 코로나19 환자가 엉뚱한 고집으로 무려 11명이나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로 돌변하고 지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충북과 충남, 대전, 세종은 다행히 현재까지 코로나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대구 사례처럼 한순간에 빈틈을 파고든다.

개강을 앞두고 중국 유학생까지 돌아오면서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 대책은 아무리 지나쳐도 부족하다. 불편하더라도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방역당국에 적극 협조하고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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