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착·배움·쉼터로서의 도서관 활성화 역할 자부심"

금산군립도서관을 다목적 문화공간이면서 삶의 배움터로 가꾸고 있는 주역들. 최고참인 인삼고을도서관 조선자 사서와 진산도서관을 지키는 성지현 사서, 추부도서관 박병욱 사서, 기적의도서관 박수진 사서, 인삼고을도서관 한재선 사서가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정미
금산군립도서관을 다목적 문화공간이면서 삶의 배움터로 가꾸고 있는 주역들. 최고참인 인삼고을도서관 조선자 사서와 진산도서관을 지키는 성지현 사서, 추부도서관 박병욱 사서, 기적의도서관 박수진 사서, 인삼고을도서관 한재선 사서가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정미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인구 5만2천120명이 거주하는 금산에는 인삼과 깻잎 이외에도 아주 특별한 자랑거리가 있다. 군립도서관만 네 곳, 군민 1인당 평균 장서수가 3.48권에 달하는 책고을이라는 점이다. 2005년 금산기적의도서관을 시작으로 2007년 금산인삼고을도서관이 문을 열었고,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추부도서관(2009)과 진산도서관(2013)도 잇따라 개관했다. 금산군립도서관 사서들을 만났다. / 편집자

"금산군은 전국 군단위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도서관 수가 제법 많은 지역으로 통합니다. 충남에선 가장 많은 게 확실하고요. 보유하고 있는 도서 수도 전체 18만1천331권으로 충남 군단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금산군립도서관 현황

최고참인 조선자 사서의 자부심에는 근거가 있었다. 금산군에는 금산군청에서 관리하는 인삼고을도서관, 기적의도서관, 추부도서관, 진산도서관 외에도 금산교육지원청에서 관리하는 금산도서관까지 모두 5개의 공공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군청에서 직접 관리하는 공립작은도서관도 4곳(금산읍·제원면·군북면·남일면), 개인이 관리하는 사립작은도서관은 9곳으로, 크고 작은 도서관을 모두 더하면 18곳이 된다.

#인삼고을도서관

인삼고을도서관 전경

인삼고을도서관의 운영시간은 저녁 10시까지다. 개관시간 연장지원 사업 프로그램으로 개관 8개월 만에 최우수 기관 표창(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전국 네트워크 시스템을 일찍부터 도입해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전국 타 도서관과의 상호대차서비스인 책바다, 전국 회원증 공유 시스템인 책이음, 금산관내 도서관 간의 상호대차서비스인 책두레를 추진해 주민들이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지난해 1월에는 도서관에 북카페와 리딩룸을 마련해 독서동아리와 각종 소모임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금산기적의도서관이 탄생할 때부터 금산군립도서관의 모든 역사를 함께 써 온 조선자 사서는 '책읽는 고을'로서의 금산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양적 성장은 거뒀지만 아직 책읽기 붐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서는 도서관과 주민을 잇는 '다리'이면서 도서관이 문화적인 창작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마중물을 부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읽기 문화 확산은 지금부터라는 생각을 갖고 일하고 있어요."

상반기와 하반기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도서관을 삶의 배움터로 만들었다. 천자문으로 배우는 인문학, 시낭송, 민화, 중국어 등이 대표적이다. 2017년에는 한국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추진해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됐다. 2018년부터는 지역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독서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사서들이 프로그램 개발부터 운영·관리·홍보까지 모두 맡아 일을 하다보니 주민들이 만족해하면 그만한 보람이 없어요. 금산이라는 지역 자체가 책을 읽으며 문화적인 쉼을 제공해주는 쉼터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올해 4년차에 접어든 한재선 사서의 바람이다. 한재선 사서는 지난해 독서의달 프로그램으로 '생활 글쓰기' 교실을 맡아 운영했다. 수강생들과 함께 엮은 책 이름은 '다섯 명의 같지만 다른 이야기-글쓰기 때문에 글쓰기 덕분에'이다.

"책을 읽어도 좋고, 공부를 하러 와도 좋고,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눠도 좋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휴식과 위로를 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면, 그것이 도서관이었으면 합니다."

#금산기적의도서관

금산기적의도서관 전경.

금산지역 아이들은 도서관이 놀이터였다. 2005년 5월 5일 개관한 금산기적의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책과 함께 희망을 키웠다. 올해로 개관 15년이 된다.

전국 14개 기적의도서관 가운데 처음으로 건립이 선정된 3곳 가운데 한 곳이 금산이었다. 국민들이 모아준 기금을 바탕으로 문화방송 느낌표 프로그램과 재단법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금산군이 힘을 모아 문을 열었다.

"어린이들은 밝게, 바르게, 자유롭게 자랄 권리가 있다는 취지로 설립됐어요. 자연과 인간을 함께 아끼고, 모든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공생의 윤리를 실천하는 사람,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면서 평화를 추구하는 인간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10년차인 박수진 사서는 인구 대비 공공도서관이 많은 금산을 축복받은 고장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삶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도서관은 선물같은 공간이다. 박수진 사서는 어린이였던 이용자들이 대학생이 되어서 도서관 책축제와 하룻밤자기 봉사자로 참여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군 단위에서는 유일하게 건립된 금산기적의도서관. 이곳에서 일하는 박수진 사서의 포부와 자긍심도 특별했다.

"어떤 차별이나 불평등 없이, 도서관 문으로 들어오는 모든 어린이들이 신기한 책나라의 여행자이면서 탐험가, 발견자가 되는 상상을 펼칠 수 있도록 창의적인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어요."

#추부·진산도서관

추부도서관 전경

올해로 개관 11주년을 맞이하는 추부도서관의 이용자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하다. 연령별 이용자를 고려한 폭넓은 분야의 도서들은 추부도서관의 자랑이다. 대표 프로그램은 올해로 4년차을 맞이한 캘리그라피.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간반을 추가로 개설해 주·야간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인삼고을도서관 전면에 걸려 있는 '늘 책과 함께하는 그대가 꽃입니다'라는 문구의 작품 역시 캘리그라피 강사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다.

올해로 10년차, 현재 추부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병욱 사서는 도서관을 제2의 학교라고 표현했다.

추부도서관 캘리그라피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도서관을 이용하던 아이들이 초등학생을 거쳐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뿌듯했어요. 학교 마치고 도서관으로 달려와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서관은 아이들의 성장놀이터이면서 제2의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는 2012년부터 꾸준하게 운영하고 있는 연극동아리의 전국대회 입성을 꼽았다. 박병욱 사서가 담당하고 있는 연극동아리는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이름을 알릴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있는 시골마을 진산에도 도서관이 있다. 7년차 성지현 사서는 진산도서관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어르신 한글교실'과 '체험동화마을'을 꼽았다.

진산도서관 전경

진산도서관에 '어르신 한글교실'이 만들어졌을 때 어머니들은 눈물을 보였다. 이름조차 배울 기회가 없을 만큼 고단한 삶이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진산도서관의 아침 풍경은 한글을 배우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할머니들의 웃음소리로 떠들썩합니다. 새벽 농사일을 마치고 오시는 분, 거동이 불편한데도 30분 이상 버스를 타고 오시는 할머니까지 열의가 대단하세요."

한글 실력이 향상된 할머니들은 올해부터 시와 편지 쓰기에 도전한다.

'체험동화마을'은 대형스크린을 통해 직접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진산도서관 동화구연체험관에서 생생한 체험이 가능하다.

"사서는 '나무를 가꾸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꽃을 피우고 나무를 심으며 도서관이라는 숲을 더욱 풍성하고 알차게 운영하고 싶어요."

장서수 18만1천331권. 금산군립도서관을 지키는 오총사는 쉴 틈이 없다. 도서관을 놀이터이면서 공원, 쉼터로 만들려면 끊임없이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더 많은 주민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 읽는 공간을 넘어 다목적 문화공간이면서 삶의 배움터로 거듭나고 있는 금산군립도서관 덕분에 지역 주민들은 '늘 책과 함께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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