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이혜성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사람들은 대체로 권한은 많이 갖고 싶어 하고 책임은 지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직문제는 권한이나 책임의 많고 적음 때문에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권한은 많고 책임은 적으며, 낮은 위치에 있을수록 권한은 별로 없고 과중한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왜 낮은 위치로 갈수록 책임이 늘어날까?

권한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책임이 수반된다. 조직 구성원들이 가진 모든 권한의 합과 모든 책임의 합은 그 크기가 같아야 한다. 누군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한만큼의 책임을 다하려 하지 않으면 남은 책임은 누군가에게로 흘러간다. 그 책임은 대개 위치가 낮은 사람을 향한다. 무거운 책임은 조직 구성원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고 도전적인 목표를 세울 수 없게 한다. 책임과 권한의 균형이 잘 잡힌 조직,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책임감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문화는 바로 책임과 권한의 균형에 있다.

일의 결과에 책임을 묻는 것은 어느 조직에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그 때마다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 남의 탓을 한다면 이런 조직은 버텨낼 수 없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일의 결과에만 집중하고, 일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조직의 비전, 가치, 정체성과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조직 구성원 각자가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하고 '권한을 나누다'보다 '책임을 다한다'라는 생각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크나큰 위기에 처해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권한만큼 책임을 다해 해결하고자 노력하며,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모두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해 해결하고자 노력해야하겠다.

이혜성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이혜성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말이 생각난다. '각자가 자기의 문 앞을 쓸어라. 그러면 거리의 온 구석이 청결해진다. 각자 자기의 과제를 다 하라. 그러면 사회는 할 일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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