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먼동이 트고 떠오르는 태양이 눈부시다. 숲이 우거져 새들의 고향이 되어버린 까치 내 집은 온갖 잡새들의 노래 소리로 시끄럽다.

햇빛이 화사한 거실은 잎이 피고 꽃대를 피워 올리며 봄맞이 준비로 바쁘다. 생일 선물로 받은 호접란 꽃대 6개에 보라색 꽃이 축가를 부르고, 화분 안에 풍란이 하얀 뿌리를 드러내며 애교를 떨고 있다. 마치 셋방살이 하는 나그네처럼 주인의 눈치를 살피듯 그 자태가 곱다.

대명보세는 잎 사이로 꽃대를 쏘아 올리더니 화사하고 우아한 꽃을 피워 향이 가득하다. 군자란은 주홍색의 꽃을 12송이나 피워냈다. 자태가 늠름한 것이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미원에 계시는 지인의 집도 그러한지 백매와 홍매가 화사하게 핀 화분을 영상으로 보내왔다. 매향이 전해오며 고고한 자태가 멋지다. 홍매의 요란한 몸짓은 청소년들의 춤추는 몸짓처럼 보인다. 매년 중부문학 회원을 초대하여 꽃 자랑과 함께 마음 안에 향기를 안겨주는 분이다. 산속의 자연인처럼 가족과 떨어져 수석과 꽃을 친구로 삼고 세월을 엮고 있는 그분을 십분 이해할 것 같다.

차를 마시며 꽃에 취하여 즐기는 이 아침의 상큼한 이 기분을 함께 나누고 싶다. 아까부터 장독대 쪽에서 목탁 치는 소리를 하며 우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찾고 있는 중이다. 회색빛의 작은 새는 150여년 된 조각제 나무 꼭대기에 앉아서 머리를 조아리며 하는 짓이었다. 한참을 바라보다보니 반대쪽 참나무 숲에서도 또 한마리가 주거니 받거니 합장을 하고 있지 아니한가.

높은 하늘을 향하여 뻗은 나무가 시름시름 꼭대기부터 죽어가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부터였다. 옆집노인이 자기 밭에 그늘이 져 작물에 피해가 있다며 나무 밑에 두꺼운 비닐을 깔고 부터이다. 몇 년 만에 오는 가뭄으로 수분 공급이 원활치 못해서 죽어갔는데 작년에 많은 비가 내리고 다시 회복되고 있는 상태다. 그 죽은 가지에 새가 앉아서 마치 불공을 드리는 스님처럼 목탁 치는 소리를 낸다.

조각제 나무는 주염나무과에 속하며 중국에서 건너와 지금은 보호수로 알고 있다. 딱따구리는 등이 검다. 죽은 나무에 발과 꽁지를 바싹 붙이고 부리로 나무를 쪼아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벌레들을 먹이로 삼고 싶어 하는 짓이다. 딱따구리의 부리는 도끼를 닮았는지 계속 쪼아 대다보면 나뭇가지가 부러져 떨어져 내리기도 한다.

뒷동산 너머엔 철길이 있다. 아카시 나무숲이 울타리처럼 쳐져있고 은사시나무와 해묵은 참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져 새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다. 숲 사이를 산책하다보면 많은 새를 볼 수 있다.

300m 앞에 문암 생태 공원이 있다. 송절동과 화계동 상신, 외북동의 산들이 모두 테크노 단지로 편입 없어져 버렸다. 그곳에 살던 산짐승이나 새들이 갈 곳을 잃고 우리 마을로 이주를 해온 탓이다. 한동안 검은 등 뻐꾸기가 나타나 현란하게 네 박자로 요상한 소리를 내며 울었다. 깊은 산속으로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새들의 모양과 색 울음소리까지 다양하며 종류가 많다. 매일보고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으니 자연은 아름답다.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정원에 뾰족이 꽃대와 함께 새파랗게 수선화가 올라오고 담 밑에 상사화 잎이 콩나물처럼 올라오는데 간밤에 내린 하얀 눈이 덮어 버렸다. 꽃샘추위 치고는 변덕맞았다. 때늦은 눈으로 까치 내 가는 길의 설경이 동양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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