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사당 / 뉴시스

정부가 우여곡절끝에 '코로나19'의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 조만간 달라질 것도 거의 없어 보인다. 실제 효과를 보이거나, 영향을 미칠만한 것들은 말뿐이다. 논의와 검토라는 꼬리표가 떨어질 줄 모른다. 언제쯤 제대로 된 대책이 진행될 지 알 수 없다. 그나마 방역과 관련된 조치들은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곳곳에 뚫린 틈새는 여전하다. 마스크 수급만해도 정부대책 발표후 상당한 시일이 흘렀음에도 시장에선 구경조차 어렵다. 지자체 내에서도 강건너 불구경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저런 대책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됐지만 이를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다. 현장과 동떨어진 인식속에 뒷북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사태를 키웠음에도 자세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처럼 정부가 잘못된 태도를 고수하는 데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누비는 이들이 현장의 문제를 모를리 없다. 하지만 선거가 두달도 안남았기 때문인지, 내 밥그릇 챙기는 게 우선이다. '코로나19'로 나라가 뒤집어졌음에도 선거 활동에만 집중할 뿐이다. 여당부터 정부를 닦달했어야 한다, 야당도 역할을 못하긴 매일반이다.

정치권, 특히 국회의 무책임은 코로나19 관련 추경 편성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여당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도로 비쳐질까봐 주저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관이다. 더구나 대통령이 위기경보 격상을 결정한 뒤 그제서야 추경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은 '청와대의 시녀'라는 비난을 스스로 확인시켜 준 셈이다. 야당도 역시 선거에 발목이 잡혀 남일로 미뤘다. 추경 편성이 혹여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까봐 정부의 헛발질을 외면한 것이다. 여여 모두 안중에 국민은 없고 선거만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회가 정부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한 까닭에 한시가 급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은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코로나19가 발등에서 온몸으로 번진 지 한달여가 지나는 동안 소비시장은 얼음장이 됐고 화훼 등 일부 업계는 빈사(瀕死)상태에 빠졌다. 다른 업종도 시간 차이일 뿐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파장이 예측불허라서 추경안을 짜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여당이 편성을 요청했으니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다. 지금쯤 대책이 나와도 시원찮을 판에 이제서야, 그것도 편성이 아닌 검토와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이번 코로나 19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다룰 것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유사상황시 감염병 관련 정보공개, 의심자 출입국 제한, 예방·방역 필수 물품 반출 금지, 병원체 감시 및 검체수집 등의 규정을 명확히 하는 일도 국회의 몫이다. 무엇보다 추경편성 등 경기부양과 관련된 것들을 서둘러야 한다. 소비심리가 사그러들지 않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 부족하고 미진하면 보완하면 된다. 하지만 추경 2월 편성조차 불확실한 것이 현실이다. '당선'이라는 내 살길 찾겠다고 국정을 미룬 이들에게 다시 자리를 맡겨서야 국민주권이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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