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우리 속담에 '까마귀는 바람이 부는 날에 집을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까마귀는 바람이 부는 날에 나뭇가지를 물어다가 집을 짓는다. 바람 없는 날에 집을 지었다가 자칫 바람 거센 날 쉽게 집이 날아가 버릴 것을 우려해 일부러 바람 많은 날에 집을 짓는다고 한다. 그래야 그 집이 어떤 폭풍우 속에서도 견디어 낸다. 위기에 미리 대비하는 까마귀의 혜안이 놀랍기만 하다.

인간의 수명을 연구하는 러시아 과학자들이 동물들을 대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첫 번째 그룹의 동물들에게는 이상적인 생활환경을 제공했다. 풍성한 음식과 상쾌한 공기와 안락한 환경이 주어졌다. 동물들을 괴롭히는 것은 전혀 없었다. 동물들은 초원을 뛰놀다가 지치면 그대로 나뒹굴었다. 몇 개월 후부터 동물들의 털에서는 윤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걱정과 기쁨이 공존하는 공간을 제공했다. 동물들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놀다가 가끔 맹수의 습격을 받았다. 먹이를 얻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했으며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두 집단의 연구결과를 이렇게 발표했다. 안락한 환경에서 살던 동물들이 훨씬 먼저 병들어 죽어갔다. 약간의 긴장과 노력이 건강과 장수를 보장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땀과 역경이 없는 인생은 무미건조할 뿐이다.

이 남자는 한때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불렸다. 그의 어머니는 사생아로서 마을에서 손가락질을 당했다. 그는 네 살 때 동생의 죽음을 보았다. 아홉 살 때 어머니, 열여덟 살 때 사랑하는 여동생의 죽음을 보았다. 그의 아내는 거의 정신이상자였으며 두 아들도 그의 품에서 죽었다. 그는 전쟁에 참가했다가 친구들의 죽음을 무수히 목도했다.

이 사람은 정치에 나섰으나 연거푸 낙선의 고통을 겪었으며 그의 인생은 온통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고난의 세월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존엄성을 깨달았다. 그는 항상 청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 또한 주인이 되고 싶지도 않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한 존재다."

이 사람의 이름은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16대 대통령이다. 고난과 아픔을 인생의 귀중한 자산으로 삼아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로 손꼽힌다. 햇볕이 과일의 단맛을 내게 하듯이 역경은 인생의 단맛을 만들어낸다.

히말라야 고산족들은 양을 사고 팔 때 키나 몸무게로 값을 정하지 않고 양의 성질에 따라 값을 매긴다. 팔 사람과 살 사람이 서로 지켜보는 가운데 가파른 산비탈 중간지대까지 양을 몰고 올라가 풀어 놓는다. 그러고는 양이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을 지켜본 뒤 값을 흥정한다고 한다.

양이 산비탈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풀을 먹으면 키가 작고 깡말랐더라도 값이 비싸지고 산비탈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먹으면 양이 아무리 몸집이 좋아도 값이 떨어진다고 한다. 산비탈 위로 올라가는 양은 지금 당장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는 넓은 산허리라는 미래가 보장돼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큰 배는 깊은 물이 있어야 하며, 산도 골짜기가 깊을수록 높은 법이다. 불은 쇠를 시험하고, 역경은 강자를 시험한다고 했다. 역경은 축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러므로 바람이 거세고 어둠이 짙을수록 희망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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