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모멘토 모리(momento mori), 아모르 파티(amor pati)' 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아모르 파티에서 죽음을 기억해야한다는 것은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강하게 암시한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 양자는 늘 동반적인 관계다. 그래서 죽음을 기억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는 역설과 상통한다.

일본 상지대학에서 죽음문제를 연구하는 알퐁스 데킨 신부에 의하면, 인간은 완전한 죽음에 앞서 수많은 '부분적인 죽음(partial death)'들을 맞는다. '사회적 죽음', '정신적 죽음' 등이다. 부분적인 죽음은 배우자와의 헤어짐, 시력이나 청력상실과 같은 육체적인 노쇠 고통 등을 모두 포괄한다. 사회적 죽음은 소외와 같은 사회적 고립, 혹은 노년 시기의 고독고(孤獨苦) 등이다. 정신적 죽음은 살아있지만 마음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중단한 상태를 말한다.

죽음을 의미하는 '사(死)'자는 부서진 뼈를 '사람(人)'이 바치고 있는 형상이다. 인간은 머리에 죽음을 이고 사는 존재, 삶은 죽음을 전제로 한다는 의미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숙명이자 축복이지만 죽음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많은 철학자들은 삶이 더욱 소중하다고 말한다.

노벨은 33세의 나이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여 부를 축적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죽었다는 부고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신문은 노벨의 형을 다이너마이트 왕 노벨로 착각하고 '노벨, 사망하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던 것이다. 버젓이 살아 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노벨에게는 그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다. '다이너마이트의 왕 죽다, 죽음의 사업가, 파괴의 발명가 죽다'라고 난 내용 때문이었다.

순간 노벨은 생각했다. 자신이 정말 죽었다면 '죽음의 사업가', '파괴의 발명가'라는 이 기사가 정말 사실이 되지 않았을까. 오늘이라도 죽는다면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 일을 계기로 노벨은 자신의 전 재산을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공헌한 사람들에게 지원하기로 마음먹고 노벨상을 만들었다.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통해 얻은 교훈의 결과다.

모두 노벨처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조금은 달리 보인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다시 고민해 볼 수 있다. 죽음은 소망으로 이어지고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다. 소망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의지 있는 삶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소망이 없는 삶은 죽은 삶이나 마찬가지다. 무엇인가를 소망한다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와 방향으로 한 발짝 더욱 다가가게 하는 일이다.

가수 김연자씨가 부르는 '아모르 파티'라는 노래가 있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서, 소설 같은 한 편의 이야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 파티, 인생이란 붓을 들고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간이 없다면 모두 거짓말이지, 말해서 뭐해, 쏜 화살처럼 사랑도 지나갔지만, 그 추억들 눈이 부시면서도 슬펐던 행복이여,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돼, 이제는 더 이상 슬픔이여 안녕"

[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노랫말 그대로 '아모르 파티'를 잘 나타내고 있다.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되는 거야'라는 의미는 지금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그렸다. '인생은 지금이야'를 외치면서 파티를 하는 기분으로 사는 것도 분명 중요하다. 그럼에도 모멘트 모리, 삶의 파티가 끝나는 순간도 생각해볼 일이다. 그래야 지금의 아모르 파티가 더욱 의미 있고 신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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