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수요 느는데 '시설 노후화'… 기술경쟁력 위협

국내 유일하게 구축돼있는 포항 3세대 및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 모습.
국내 유일하게 구축돼있는 포항 3세대 및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 모습.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국내외적으로 방사광가속기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국내 방사광가속기는 노후화에다 이용 포화로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통해 관련 산업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방사광가속기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산업용 지원 용도로서의 역할과 기대가 커진 것이다.

과학계와 산업계에서는 한해 1만명 이상 사용자가 첨단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건설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는 포항에 구축된 3세대보다 1억배 밝고 1천배 빠른 속도로 초미세 세계 관측이 가능하다.

방사광가속기는 빛의 속도로 전자를 가속시켜 빛(방사광)을 얻는 대형 국가연구시설이다.

설계부터 건설, 시운전, 활용까지 최소 5년 이상 소요되는만큼 당장 건설을 시작해도 2026년에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구축사업을 서둘러야 한다. 충북이 입후보지로 제시한 청주시 오창테크노폴리스산단은 부지매입, 부지조성, 주민의견수렴, 환경영향평가 등을 마친 상태여서 건설기간을 2년 가량 앞당길 수 있고, 지반도 안정된 화강암 지대여서 최적지라는 평가다.

방사광 가속기 발생원리. / 충북도 제공
방사광 가속기 발생원리. / 충북도 제공


◆국내 유일 포항 방사광가속기, 노후화·이용 포화
국내에는 포항에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와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가 건설돼있다. 각 1995년, 2015년 준공됐다. 4세대는 세계 3번째로 지어졌다. 3세대는 35개 빔라인을 운영중으로 2011년 업그레이드해 사용하고 있다. 4세대는 선형적 구조로 구축돼 동시 사용가능한 1개 빔라인으로 제한돼있다.
 
포항의 방사광가속기는 대한민국의 연구능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용자는 최근 크게 늘어 3세대의 경우 2017년 5천576명, 2018년 6천238명이 이용했다. 포항 3세대 가속기는 1년간 190일 운전을 하고 있어서 2018년의 경우 하루 평균 32.8명이 이용한 셈이다.

이를 활용해 지난해 SCI논문 434편이 발표됐다. 이처럼 연구자 수요가 포화상태에 도달해 제한적으로 빔타임을 배정받아 실험을 수행하는 실정이다.


준공된 지 25년이 넘어 성능면에서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다가 포항은 최근 잦아진 지진으로 방사광가속기의 안정적·지속적 운영이 위협받고 있다.

◆해외는 신규 구축 활발…과학기술 선점
과학기술선진국들은 최첨단 방사광가속기를 국가미래 과학경쟁력 기반 인프라로 보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8기를 이용해 부품·소재의 연구개발로 반도체 부품 및 장비 강국이 됐다. 해외에는 일본 8기, 미국 8기, 유럽 14기, 중국 4기, 대만 2기 등이 운영중이다.
한국도 첨단 과학기술 선점을 위해서는 신규 구축이 시급하다.

◆기초과학부터 신약개발까지 활용
방사광가속기는 기초과학뿐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신소재, 금속, 단백질 구조분석을 통한 신약개발에 이르기까지 가장 활용도가 높은 연구시설이다. 20여개 노벨상이 방사광을 이용해 얻어질만큼 수준높은 연구수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바이오의료산업, 반도체·전자산업, 에너지산업, 첨단기계·부품산업 등에서 활용도가 높다. 단백질 구조 분석, 바이러스 구조 관찰을 통해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 개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개발 등을 할 수 있다. 또 나노소자 구조 분석, 공정과정의 불량원인 규명,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이 가능하다.

충북도가 청주 오창 테크노폴리스산단에 조성하고자 하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 충북도 제공<br>
충북도가 청주 오창 테크노폴리스산단에 조성하고자 하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 충북도 제공

충청권, 충북 유치에 힘 모아
충북은 이번이 11년만의 두번째 도전이다.

차세대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충북도는 이달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는 전국의 주요 연구기관 10곳, 전국 9개 대학, 도내 17개 대학과 잇따라 협약을 체결했고, 지난 1월 충청권 시·도지사가 공동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변재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소재·신약 개발 등은 적시에 이용하는 것이 생명인데 포항의 방사광가속기는 연구자 수요가 포화상태"라며 "외국의 가속기를 이용할 경우 실험결과를 공유해야 해 기업들은 정보유출을 감수하며 쓰고 있다"고 추가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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