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윤종근 동주초등학교 교사

2019년을 보내고 재충전을 하고 있는 지금, 지난 한 해의 수업을 돌아본다. 수업은 매년 해왔지만 아직도 어려운 과업이다. 지난 한 해의 수업을 돌아보자면 '한형식' 선생님이 떠오른다. 현장에서 떠나셨어도 여전히 수업에 대해 고민하시고 그 고민을 후배 선생님들과 나누고 계신 분으로 1930년에 출생했으니 올해 90세가 된 분이다. 현장을 떠나셨어도, 연세가 많으셔도, 수업에 대한 열정은 누구못지 않은 분이시다.

2019년 10월 27일, 한형식 선생님(수업기술공유재산화운동 대표)의 강의를 들으면서 ''수업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를 새롭게 고민하게 됐다. 나름대로 수업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누구에게나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는데, 강의 내내 부끄러움과 안도감, 속시원함을 느꼈다. 수업에 대한 나의 교만함에 부끄러웠고, 해오고 있던 수업 방법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거나 틀리지 않고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워주는데 도움이 되고 있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어느 정도는 포기하며 어찌할 수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부분이 풀리는 시간이었다.

'그들도 잘 배우는 수업으로', '슬기로운 머리', '자기 나름의 생각', '떡잎 생각(종자 생각)'……. 한형식 선생님께서 사용하는 용어들이다.

'그들도 잘 배우는 수업으로'에서 그들이란 학습이 느리거나 어려움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일컫는 것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달리해야 함을 의미한다. 즉, 뒤떨어진 학생들의 숙인 고개를 들게 하여 주는 일이 수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 내 수업을 돌아보면 여러가지 변명을 앞세워 적당히 타협해가는 수업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학생 수가 많음을, 교육과정의 양이 많다고, 처리해야 할 업무가 밀려있다는 이유 아닌 이유들을 앞세워 아이들 하나하나를 돌아보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만족해하며 스스로를 위로해왔다. '슬기로운 머리'란 '자기 나름의 생각'을 표현할 때 생겨나는 것이다. 아무리 황당하고 어리석어 보여도 사고했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자기 나름의 생각을 마련하기 위해 짐작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차용하거나 반복하여 말하더라도 인정해 주면 지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수업하는 교실에서는 이렇게 말을 하는 학생들을 기꺼이 인정해 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엉뚱하거나 황당한 말,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반복해서 말할 때 나는 그 학생을 성가셔하거나 은근히 무시해 왔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러한 학생들의 말들이 기록되고, 서로 교류하면서 보다 더 타당한 생각을 만들게 됨을 연수를 통해 알게 되면서 사고를 자극하는 수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 교사는 공부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많은 학교가 1월 초순이나 중순 즈음 긴 겨울 방학을 시작한다. 학생이 없는 학교, 교사들은 무엇을 할까? 학생이 없어도 교사들은 여전히 바쁘다.

윤종근 동주초등학교 교사
윤종근 동주초등학교 교사

나처럼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는 한 해를 어떻게 꾸려나갈지 고민하며 분주하게 보낸다. 학교교육과정을 비롯한 각종 사업 계획하기, 1년 동안의 예산 수립에 참여하기, 담임 배정을 비롯한 다양한 업무 배분하기 등. 그래도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 없는 연구와 고민이다. 지난 수업을 돌아보며 잘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점검하고, 보충해야 할 것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교사는 공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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