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연초 회복되는 듯 싶었던 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된서리를 맞으면서 타격을 예상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교역 차질과 소비 침체 장기화가 대량 실직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껏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해 왔던 대기업들마저 최근 잇달아 구조조정을 발표하면서 고용시장에 불안감은 그 어느때 보다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한 대기업들이 이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실직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 마저 나오고 있는 암담한 실정이다.. 교역 차질과 소비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인력 구조조정을 결정하는 대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4·50대 중년들의 일자리를 확대를 추진하려던 정부 입장에서 대기업 구조조정은 큰 걸림돌일 것이다.

통계청이 이달초 발표한 '2020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40대 취업자수는 8만4천명이 감소하면서 2015년 11월 이후 51개월째 내리막길 이라고 한다. 구조조정에 나선 대기업들이 40~50대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어 정부가 대응책을 내놓기도 전에 고용 상황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인구절벽, 성장절벽, 고용절벽이라는 소위 3대 '절벽사회'과 '코로나 19 '라는 지금껏 직면보지 못한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특히 코로나 19는 고용절벽에 더욱 부채질 하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평균 실업률은 4.1%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19사태로 인한 실직예상이 포함한다면 체감실업률은 훨씬 높을 것이다. 누구나 알지만 고용절벽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은 바로 구조조정 걱정이 없는 안정된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이다.

지난해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대학생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정부·공공기관, 대기업, 외국계기업 순으로 나타난 설문결과는 이런 현실의 반증일 것이다. 삶의 방향보다 속도에 밀려 그저 눈앞에 보이는 안정된 일자리만을 찾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명예퇴직 속에서 휘말리고 있는 안타까운 형국이다. 그럼 우리나라에 안정적이면서도 자신이 흘린 땀방울 만큼 돌려받고 바른 삶의 방향을 인도하는 안정된 일자리는 과연 없는 것일까? 본 필자는 일자리를 구하는 스펙트럼을 넓혀 새로운 블루오션에 눈을 돌려 보시길 권한다.

바로 농축산업 분야가 새로운 일자리의 블루오션이다. 농림생산과 서비스, 농림식품 가공과 유통 등 4차산업과도 가장 접목할 수 영역이 넓어 모두 400만 명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단순히 규모만 보더라도 전체 산업의 17%를 차지한다. 또한 '농축산업 분야는 타 산업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투자 대비 고용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농축산업이야 말로 고용절벽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세이브 투수 역할을 해 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농축산업분야의 고용창출 가능 인력이 2018년까지 61만 명에 달했으며, 오는 2023년까지는 약120만명까지 이를것이라고 전망 되었다. 또한 농촌진흥청이 도(道)농업기술원과 시·군농업기술센터를 대상으로 일자리 창출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4차산업과 관련한 지역특화사업과 귀농인 활성화 지원, 농산물 가공 및 체험 등 창업지원사업 등에서도 일자리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농업에서 심리적·사회적·신체적 건강을 위한 치유농업 개념이 도입되면서 치유농업전문가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겼고, 농장경영을 위한 전문경영인력도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lot, ICT와 로봇,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4차산업혁명 기술이 농업에 도입되면서 IT관련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는 폭빨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KREI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연과학고학생의 43.1%, 농업대학생 74.3%, 게다가 일반 대학생들도 약 31.4%가 농축산업 분야로 진로를 정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농협은 작년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는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청년농부사관학교' 교육생을 모집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시키고 있음은 물론. 해마다 신기술, ICT활용, 가공·관광 등의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장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오고 있다.

농축산업분야는 두드리면 반드시 열리는 문이다. 농업에 대한 열정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농업인들뿐 아니라 중장년 모두 그 꿈을 펼칠 수 있고, 농업에 미래를 걸어도 될 만큼 유망하고 그 잠재력도 충분하다. 단언컨대 농축산업은 국가성장 동력인 기초산업이다. 농축산업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누구나 절벽이라 부르는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TV를 틀면 '나는 자연인이다'를 비롯해 우리 농어촌의 생활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많이 볼 수 있다. '리틀 포레스트' '파밍 보이즈' 등 영화는 물론, '버라이어티 파머' '농사직방' 등 인기 있는 유튜브 방송과 NBS(한국농업방송)을 통해서도 농업·농촌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라곰(Lagom)''워라벨'과 같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등장은 편안하고 소박한, 공동체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삶에 대한 요구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농업과 농촌에 대한 관심도는 전 연령층을 아울어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중년의 베이비부머들은 살기 좋은 자연 환경과 삶의 여유를 위해, 많은 젊은이들은 농업·농촌의 비전을 통한 밝은 미래를 위해 귀농·귀촌해 그들이 꿈꾸는 삶을 설계하고 밝은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앞으로는 생산, 유통 부문을 넘어 서비스 및 가공 부문은 물론 4차산업에 접목까지 다양한 농축산업 분야에서 상당한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농업과 농촌은 희망 일자리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살기 좋은 자연환경까지 갖추고 있다. 이제 그들이 농촌에 자연스럽게 유입돼 그들의 꿈을 펼치고 정착할 수 있도록 귀농 문턱을 낮추고, 정책적인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더불어 퇴직이 예상되는 베이비부머들을 비롯한 고령층과 중장년층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농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고용정책 수립과 배려도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누가 그랬던가? 신이 부러워 하는 일자리가 있다고...? 필자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쉽사리 침투 못하는(마늘, 생강 등 먹기만 해도 면역력이 커지는 우리 농산물 재배로) 우리 농촌의 무궁무진한 일자리야 말로 "신도 인정한 안정된 일자리"라고 감히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권하고 싶다.

※라곰(Lagom) : 스웨덴어로 '적당한, 알맞은, 딱 들어맞는'이라는 뜻의 형용사이자 '적당히,알맞게'라는 뜻의 부사로도 쓰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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