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칼럼] 박상준 논설고문

'21세기 비틀즈'. 방탄소년단(BTS)을 일컫는 수식어다. 미국 NBC방송 아침 뉴스·토크 프로그램 '투데이 쇼'가 진행된 지난 20일 미국 뉴욕 맨해튼 록펠러 광장은 BTS의 위상을 보여줬다. BTS를 가까이 보려고 수많은 미국 팬들이 영하 6도의 추위에도 보도블록 바닥에 돗자리와 담요를 깔고 30시간째 노숙했다. 휴가를 내고 비행기로 6시간을 날아온 열혈팬도 있었다. 2018~19 월드투어는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사우디아라비아 킹 파트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등 각국의 대표적인 스타디움을 돌았고,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BTS를 환영하는 특별 조명을 점등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콘서트를 앞두고 여성의 호텔 자유 투숙을 막는 법도 바뀌었다. CNN은 지난 연말 "한류는 앞으로 10년 이상 더 갈 수 있다"며 "특히 BTS는 2023년까지 한국 경제에 56조원 이상 기여할 것(현대경제연구원)"이라고 전망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지난 9일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작품상등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며 4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여러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북미시장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과시욕이 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시샘하게하고 세계영화 팬들에게 한국영화, 한국문화 수준을 각인시킨 쾌거였다.

이는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K컬처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 해외 마니아층에 소비되거나 회자되는 것을 두고, '한류' 프레임을 입혔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몬스타엑스와 블랙핑크등 국내 아이돌그룹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고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 심지어 남미의 한류팬들도 우리 아이돌스타의 이름을 줄줄 꿰고 있다. K컬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시아의 변방, 코리아는 어느덧 외국인들에게 친근감있는 문화강국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문화관광체육부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국가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76.7%가 우리나라를 긍정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코리아포비아(공한증·恐韓症)'의 시대가 엄습하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 우한코로나(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문재인 정부가 초기대응에 실패하면서 국내 확진자가 치솟자 한국 혹은 한국인을 경계하는 국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만, 태국, 베트남처럼 평소 한국과 교류가 잦았던 국가부터 바레인, 이스라엘과 작은 남태평양 섬나라까지 무려 20개국 이상이 한국인 입국을 막거나, '한국 방문을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 발병자가 전국 각지에 걸쳐 폭발적으로 치솟으며 졸지에 대한민국이 전 세계인이 외면하는 위험한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K컬처는 펄펄 끓는 용광로처럼 엄청난 에너지와 저력을 감추고 있는 한국 문화의 힘을 응집한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숙성된 깊이 있는 문화유산과 신바람 난다는 말로 표출된 풍류 문화 그리고 일시에 결집해 거침없이 용출하는 공동체의식이 한류의 경쟁력이다. 그것이 BTS와 '기생충'으로 대표되는 글로벌시대 K컬처 파워로 거듭나면서 코리아의 호감도를 가파르게 높였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눈부신 경제성장에 못지않게 한국문화도 세계인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고문

하지만 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할 위기다.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친 방역실패가 코리아포비아라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남 탓만 하며 우왕좌왕 하고 있다. 언젠가 우한코로나가 잡히면 코리아포비아도 잠잠해질 것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정치리스크는 언제든 K컬처로 일구어낸 코리아의 위상을 추락시킬 수 있다. 문화는 어느덧 세계일류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정치는 여전히 삼류 국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리더 선택이 초래한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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