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저녁 무렵 사무실에 한 명의 여성이 들어왔다. 어설픈 한국어로 법률상담을 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중국인임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중국인 기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로나 때문에 중국인을 기피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으니 걱정 말라 안심시킨 후에야 그녀는 차분히 요지를 말했다. 그런데 중국인을 기피한 분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주위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은 마음에서 부득이한 선택이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최근 4·15 총선을 앞둔 정치 화두로서의 코로나는 불꽃 튀는 열전에 있다. 미래통합당은 정부의 잘못을 말하고, 민주당은 방역에 힘써야 할 때 무슨 정치 싸움이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생(民生)을 외치는 정치인이 민생 챙기는 것을 못 봤듯, 방역을 주장하는 정치인도 방역을 챙기는 것을 못 봤다. 그 대표적인 게 중국과의 입국 문제이다.

코로나 초기에 정부는 친구로서 입금 금지를 해서는 안 된다 하더니, 이제 박능후 장관은 중국에서 건너온 한국인에게 전염되었다고 한다. 즉 중국 입국 금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료도 정치도 상식의 선에서 논해야 한다. 중국인들의 입국을 막자는 의견 속에는 중국에서 건너오는 한국인들도 일정한 통제를 하자는 생각이 포함된 것이며, 그 한국인들은 자체 발병한 것이 아니다. 이들 또한 중국에서 또는 중국인에게 전염된 것이다.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과거의 판단이 옳았다고 우기고 있는 현실이 더 걱정이다.

정부는 오늘도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으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으면 100% 전염 위험성을 피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위험성의 확률은 줄어들 것이다. 입국 금지도 마스크와 같다. 100% 위험성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위험성을 줄일 것이고, 코로나에 대한 통제 가능성을 높일 것은 분명하다.

구체적으로 청주를 살펴보자 청주에 중국 유학생은 대략 1천400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유학생의 상당수가 다니는 충북대와 청주대의 경우 일부 중국 유학생이 기숙사에서 격리되어 있다고 한다. 일단 물리적으로 1천500명을 격리 수용할 시설이 없을 것이다. 또한 일부 유학생들은 격리 시설 내에서 전파 가능성 때문에 입소를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이야 그나마 거소도 대부분 확실하고, 금융·행정상 추적도 되고, 가족들에 대한 전파 우려 때문에 저절로 통제되는 점이 있지만 중국인(유학생)들도 그게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대학교에 관리 잘하라는 공문 외에 실질적으로 통제 가능한 길이 있을까?

현재 코로나를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정부이다. 중국과 교류, 중국인들에 대한 인권과 전염병의 예방은 별개의 문제이다. 중국은 자국민이 사는 우한 지역의 봉쇄를 결정했는데, 우리는 중국인의 입국 통제를 못한다면 중국 정부보다 중국인을 더 존중한다는 것인가?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앞으로도 필자의 법무사 사무소를 중국인이 방문하여 상담을 요청하면 마스크를 쓰고 기피 없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마스크는 나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상대도 보호한다. 배려이자 예의이다. 중국 입국에 대한 통제도 마스크를 쓰는 것과 같다. 그 점을 처음부터 설득할 생각없이 밖으로는 눈치를 보고, 안으로는 정치를 한 정부는 사과를 먼저 했어야 한다. 사과는커녕 여전히 정부는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상식을 파괴하는 논리를 창조하고 있다.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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