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재원 경제부장

청주 코로나19 확진자의 사례를 살펴보다 이번 사태로 마음의 벽까지 쌓으려는 철벽 방어가 근거 없는 불안감에서 배양되지는 않았나 되짚어본다.

보이지 않는 위협, 바이러스 창궐은 생존 본능으로 태어난 인간에겐 더 큰 불안감을 준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시간·장소·사람 불문하고 자신을 제한 주변은 늘 불안요소다.

전국에는 이미 이 불안감이 충만하다. 세포 하나하나 불안 바이러스에 잠식된 그 무게에 눌려 하루하루 생활이 피곤할 정도다.

맹목적일 정도의 이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팩트와 정황적 사정이 있다. 그 사례를 청주에서 찾았다.

청주에서는 30대 부부가 지난 22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가족 여행에 동행한 전북 전주에 사는 남편의 매제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매제는 하루 시차를 두고 이 부부보다 먼저 확진자로 분류됐다.

보건당국은 접촉자 확인을 위해 이들 부부의 그간 행적을 조사했다. 공식·비공식 자료를 취합해 보면 가족 여행에는 부부와 이들의 자녀 1명 그리고 본가 부모가 함께했다.

다른 동행자는 차치하고 이 5명만 따지면 이들은 바이러스 감염자와 같은 장소에서 1박2일 접촉한 뒤 헤어졌고, 이후 엿새 동안 거의 함께하다 시피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당일에는 다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다음 날에는 전통시장 등을 함께 돌아다녔다.

부부의 확진 판정이 있기 전까지 이들은 한 장소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그런데 부부만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자녀와 본가 부모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검체채취 결과 코로나 음성 판정이 나왔다.

원치 않게 바이러스까지 데리고 온 인척과 숙박 여행하고, 이 과정에서 부부가 전염됐고, 바이러스가 침투한 이 부부와 엿새를 밀접 접촉했는데 유독 이 3명은 비껴갔다.

면역력 차이와 잠복기 변수를 따지며 대수롭지 않다고 절하할 수 있으나 이 3명은 바이러스 감염 취약자인 4세 아동과 60대를 앞둔 장년층이다.

지금까지 가족의 행적, 그리고 확진 부부를 제한 나머지 가족의 음성 판정은 팩트다.

그럼 여기에 정황적 사정을 덧붙여보자.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는 공감할 부분이다.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잠들어서도 4살배기는 부모의 손길이 없어서는 안 된다. 식사 자리에선 바로 옆에 두고 밥을 먹여줬을 테고, 급하면 자신의 수저나 자신이 입에 댔던 물잔을 아이의 입에 가져갔을 수도 있다.

자녀를 품에 안고 얼굴을 맞대며 걸을 수도 있고, 잠자리에서는 옆에 누워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자녀의 새근거림을 보고·들었을 수도 있다.

모든 부모, 자식 간 이뤄지는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스킨십을 이들은 나눴을 것이 그려진다. 성인이 된 부부와 부모 사에선 부모와 자식 간 예상되는 보살핌이 있었을 법하다.

다시 종합하면 가족 구성원 5명의 유대관계 속에서 3명은 바이러스와 무관했다.

주변 기침 소리만 들어도 바이러스에 전염될 것 같은 요즘 추세에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 스토리다.

박재원 경제부장

그렇다면 한 가지 가설이 나올 수 있다. 아무리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바이러스라도 '접촉은 곧 감염'이라는 공식은 반드시 성립되지 않는다는 '예외론'이다. 물론 다소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울 수 있다.

스스로 고립을 자초할 것 같은 극성스러울 정도의 불안 시국 속에 억지라 할지라도 이를 불안증 완화제로 삼고 싶다.

연일 쏟아지는 절망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정보에서 희망적인 스토리를 찾고 싶다면 청주 사례는 어떨지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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