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고 초미세먼지가 '나쁨'수준을 보인 2일 청주 성안길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늘어나 거리풍경을 바꾸고 있다. / 김용수

'코로나19'의 기세가 갈수록 거세짐에 따라 대한민국이 혼돈속에 빠졌다. 국내에서는 하루 확진자가 삼사백명에 이르고 해외에서는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가 40여곳에 달한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는 수렁에 너무 깊이 빠진 형국이다. 이 고비를 최소한의 피해속에 넘기는 일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우리의 방역전선은 여전히 허점투성이인데다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은 믿음을 주기에 턱없고, 확산 상황은 개개인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처를 요구한다. 이러니 자발적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마스크 공급은 말만 앞서 정부 스스로 신뢰를 저버린 대표적 사례가 됐다. 정부에서 "실제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고 한 날(27일)에 판매처로 소개했던 그 어느곳에서도 큰소리쳤던 마스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기대를 안고 몇 시간씩 기다렸던 이들은 아직도 며칠은 더 있어야 들어올 것이란 말만 들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희망고문'이 된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 최고 책임자가 원활한 마스크 수급을 언급했지만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어 뿔이 난 국민들을 또 한번 속인 꼴이 됐다. 그러니 원망과 비난이 쏟아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코로나19 병역과 관련된 허술하고 부실한 대응은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청주시의 경우 지난 22일 확진 판정을 받은 택시기사와 관련된 정보수집에서 무능에 가까운 미숙함을 보였다. 밀접 접촉으로 감염 가능성이 있는 탑승객들을 찾아 나섰지만 일부는 수일이 넘도록 미궁에 빠졌다가 경찰의 도움을 받은 지 반나절만에 해결했다. 처음부터 전문가인 경찰에 손을 벌렸으면 됐는데 그사이 이들을 찾는 문자메시지를 시민들에게 계속 보내 불필요한 불안감만 증폭시켰다. 이 와중에 엉뚱한 화재발생을 긴급재난문자로 발송하는 어이없는 일까지 겹쳐졌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 대응이 믿음을 주지 못하는 중에도 지역내 확진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 확인된 확진자들은 좀처럼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해 추가 발생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남들에게 피래를 줄 수 있다면 각별하게 더 주의해야만 한다. 한명의 실수나 잘못으로 수백, 수천명이 불안에 떨 수 있기에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또한 외지에 사는 확진자가 판정전 다른지역을 휘젓고 다닌 사례도 있어 경로가 불분명한 지역사회 전파 현실화에 대한 걱정이 더해지고 있다.

노래방 등서 불특정한 다수를 만난 청주 여성으로 인해 폐쇄된 시설만 12곳에 이른다. 천안에서는 수십명씩 수강하는 요가와 피트니스 강좌를 통한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다. 또 어린이와 다수의 학부모 등과 대면접촉을 하는 어린이집 교사가 여러 곳에서 확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우리 주변 어느 곳도 안심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같은 상황이라면 전면적인 차단이나, 부풀려지고 포장된 정부의 대책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 철저한 개인위생과 불필요한 접촉 차단 등 기본으로 돌아가 이를 충실히 지키는 것이 최선일 뿐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신뢰라는 기본부터 살펴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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