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무시·의심증상자 개인 활동' 뻥뚫린 방역체계

17전투비행단. /중부매일DB
17전투비행단.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충북 8번째·10번째 확진자와 경기 안양 6번째 확진자를 발생시킨 공군 17전투비행단(이하 17비)의 활약(?)으로 충북과 경기는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3명의 확진자가 나온 17비 대응 사례를 살펴보면 무너진 군 기강 사이로 장병들은 방역지침을 어기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부대 방역시스템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17비 A하사 = A하사(23)는 지난 14~16일 대구를 다녀오며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후 부대로 복귀한 그는 20일 기침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자 부대에서는 자가격리 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A하사는 22일 주말(토요일)을 맞아 평소 절친하게 지낸 B하사(23)와 외출에 나섰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과 율량동을 활보한 A하사는 27일 오전 확진판정을 받았다. B하사도 같은 날 오후 9시 45분께 최종 확진판정을 받는다.

부대의 격리지침을 어기고 외출에 나섰던 17비 하사들의 확진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이들이 다녀간 상점은 임시 폐쇄됐고 이곳을 방문했던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17비 B하사 = B하사는 코로나19 감염사실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군의 어처구니없는 대응으로 시기를 놓쳤다. A하사가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 중이던 24일 B하사는 군 의무대를 찾아 근육통과 두통 증상을 호소했다. 그러나 의무대에서는 대구 방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환절기 감기환자'로 분류했다. 부대에서는 대구 방문자인 A하사와 함께 외출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B하사는 평소대로 부대에 출근했다. B하사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은 A하사가 확진판정을 받은 이후다.

군의 안일한 대응으로 B하사 주변 장병들은 3일 동안 코로나19 확산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17비 C병장 = C병장(22)은 코로나19 의심증상을 인지한 상태에서 개인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C병장은 지난 18~20일 A하사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다 감염됐다. 이후 21일부터 26일까지 휴가였던 그는 충북을 벗어나 경기도 안양시와 서울시 광진구 일대에서 생활했다. 특히 C병장은 휴가 마지막 날(부대복귀일)인 26일 광진구 FTA관세무역학원(테크노마트 8층)에서 70명과 함께 모의고사를 봤다. 이후 그는 부대에 전화해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으니 부대복귀를 3월 1일로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휴가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인 '시험'을 치르기 위해 증상을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 C병장은 시험을 마치자마자 한림대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개인일정을 모두 마친 C병장은 27일 한림대학병원에서 1차 감염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의 최종 확진 판정은 다음날 오후 9시 40분이다.

군의 허술한 대응으로 지역사회는 '슈퍼전파자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에 떨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군이 보내오는 제한된 정보만으로 방역망을 구축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1일 충북도에 따르면 A하사와 B하사가 접촉한 사람은 총 29명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내용은 군에서 'B하사의 접촉자는 A하사와 같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확진자들의 접촉자가 평균 100여명에 이르는 것과 차이가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군 확진자의 경우 부대 내 역학조사관이 조사해 통보하는 내용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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