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경보가 '경계'로 격상되면서 국내 확산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서 개인위생 준수를 당부한 가운데 중부권 거점병원인 충북대학교 병원이 면회를 제한하고 본관 입구에서 모든 방문객들에게 손 소독과 마스크 착용을 실시하고 있다.  /김용수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가 위기를 맞고 있다. 나름대로 체계를 갖췄다고 생각했던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도 문제지만 경제적 피해와 국제적 입지 등 우리의 처지가 안팎으로 매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위기가 꼭 부정적인 작용만 한 것은 아니다. 중국 의존도가 지나쳤던 수출입 경제는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가 됐고, 뜬구름만 찾다가 실리를 잃어버린 우리외교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이번 감염병 사태속에서 우리는 어쩔수 없이 녹록치 않은 숙제를 짊어졌다. 이제 그 짐들을 해결해야만 한다.

이번 사태로 바닥에 내려앉은 소비시장만 해도 회생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서 있는 형국이다. 경직된 방역대책 자체도 미흡했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할 행정업무는 이번에도 부실투성이였다.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사회적 관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번 사태는 어떻게든 마무리되고 정리되겠지만 주변과 정을 나누고 함께하는 우리민족의 미덕(美德)이 훼손될 까 걱정이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로 인해 가뜩이나 심화되는 개인주의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고난과 역경속에서도 희망의 싹은 자란다. 우리의 이웃인 소상공인들을 위한 임대료 인하가 곳곳에서 봇물처럼 터지고, 감염병으로 직격탄을 맞은 이들에게는 성금과 성품 전달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간접 피해지역의 농산물 팔아주기나 최근 급감하는 헌혈 참여 캠페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공동체를 위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의료진 등 방역과 관련된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은 이들에 대한 경외심을 넘어 이번 위기를 극복할 자신감을 준다. 우리가 하나가 되면서 어떤 어려움과 난관도 능히 이겨내는 저력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충북만 봐도 청주 육거리시장 74개 등 도내 전통시장 6곳에서 111명의 임대인이 310개 점포의 임대료를 인하했다. 또한 청주 성안길·산남동 상가, 충주 연수동 상가, 진천향교 등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아직 그 수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며칠새 이뤄진 성과치고는 상당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결손아동, 급식 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위한 도움의 손길도 의미가 각별하다. 당장 눈에 띄지는 않지만 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곳을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감염병의 직접적 피해도 위협적이지만 이로 인한 사회적 안전망 약화는 공동체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

이와 같은 희망의 싹들이 더 퍼져 하나된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도 위기를 틈탄 정치적 시도는 여전했지만 우리는 방역과 극복이라는 큰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하나가 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인 정치적 개입을 우리 스스로 떨쳐낸 것이다. 이 또한 우리가 하나되는데 큰 힘이 되고있다. 코로나19 극복의 최우선 과제인 방역은 일손을 보태고 병상을 공유하며 하나되고, 당면한 경제회복은 어려움을 나누고 의지를 북돋워 하나되고, 사회적 관계의 위협은 주변과 함께라는 믿음으로 하나가 돼 이겨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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