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병원·약국 안내문구에도 진열대 확인 후 발길 돌려

천안시 신방동 세종약국에 마스크 품절 안내 문구가 아침 8시부터 걸려 있다. / 유창림
천안시 신방동 세종약국에 마스크 품절 안내 문구가 아침 8시부터 걸려 있다. / 유창림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집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드라이기로 마스크를 말리는 일입니다. 지인들로부터 하루에도 수 십 통씩 마스크를 구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있어요. 마스크를 구하기 위한 수많은 시민들이 허탕을 치고 있습니다."

3일 오전 8시 병원과 약국이 촘촘히 밀집해 있는 천안시 동남구 신방동 서부대로. 삼삼오오 무리를 이룬 일행이 약국을 돈다. 약국 입구에는 마스크 품절 안내 문구가 걸려 있지만 이들은 진열대를 눈으로 확인한 후에야 약국을 떠난다. 약국 안에는 이미 수십 명의 시민들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마스크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서부대로에 위치한 세종약국은 365일 연중무휴 밤 11시까지 영업을 한다. 천안지역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약국이다.

이곳에 입고된 KF94·80 마스크는 2월 28일 95장, 3월 1일 150장, 3월 2일 50장이 전부였다. 1인당 5매씩 판매를 하다 보니 마스크는 입고와 함께 바로 소진됐다.

정작 약사를 비롯해 약국 근무자들이 쓸 마스크조차 남겨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종약국에서 근무하는 황경환 약사(39)는 3일째 사용한 마스크를 쓰고 있다.

황 약사는 "약국에서 사용할 마스크를 남겨놓고 싶지만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을 보면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면서 "아내가 임신 5개월째 인데 대면업무가 많은 직업이다 보니 마스크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가서 줄을 서야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세종약국이 위치한 같은 건물에는 이비인후과도 입점해 있다. 이비인후과 특성상 목상태를 주로 체크해야하는데 이 이비인후과 근무자들도 마스크가 없어 발을 동동거리기는 마찬가지다.

황 약사는 "지인들로부터 마스크를 구해달라는 요구 전화가 수 십 통 걸려오고 있고, 특히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같은 건물 이비인후과의 요청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국마다 마스크 입고 시간이 다르고 그렇다보니 누구는 허탕을 치고 누구는 2~3곳에서 구입을 하는 등 사실상 마스크를 구하는 일이 복불복에 가까워졌다"며 "정부가 판매 시간을 일정하게 해 시민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했으며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