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사당 전경 / 중부매일 DB
국회의사당 전경 / 중부매일 DB

첫 확진을 시점으로 불과 40여일이 지났을 뿐인데 대한민국의 오늘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에 휘둘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이뤄질 가장 중요한 국가대사라 할 수 있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조차 국민들의 관심밖으로 밀려나 쳐다보는 이들도 많지 않다. 보통 총선을 앞두고는 서너달전부터 유권자를 겨냥한 정치활동들이 기지개를 켜는 시늉이라도 하는데 올해는 3월이 되도록 눈에 띄는 것도 별로 없다. 그나마 최근 여야의 공천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청주권의 선거구도가 요동을 치면서 관심도가 높아져 체면치레를 하는 정도다.

4선의 중진이 컷오프 되고, 지역구를 옮기는 지각변동 덕에 반짝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바닥정서와는 다른 일방적인 하향식 공천은 정치불신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선거결과만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기는 기대 난망이다. 초유의 사태를 맞아 더 뚜렷해졌을 뿐 선거때가 됐어도 정치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관심은 물론 눈길조차 주지 않는 '정치실종'은 이미 일상이 됐다. 코로나19가 더 심각해질수록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정치가 국민의 뜻과 다른, 일반인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속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치를 외면해서도, 포기해서도 안된다. 정치실종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실은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조타수 없이 운항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방향타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책임지는 일이 정치이며 그 첫걸음이 선거다. 혼란과 혼돈이 더욱 심해져도 더 나은 삶을 위한 걸음을 멈출 수 없으며,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국면을 기회로 삼을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는 선택이 필요하다. 망국으로 가는 편가르기를 멈추고, 소신껏 능력을 발휘하는, 정치보다 국민을 우선하는 그런 사람을 뽑아야 한다.

선거에 들이밀 잣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나라의 근본까지 썩게 하는 편가르기가 그 예다. 이념과 가치관에 따라 진보도, 보수도 선택의 범주에 있다. 문제는 불합리하게 편을 가른 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과도함에 있다.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공방은 적대감만 키우며 우리 사회를 퇴보시켰다. 이번 코로나19 처럼 정부가 잘못된 길을 갈때 이에 대한 지적과 비판은 정치의 책임이자 의무다. 소신도 능력도 없는 국회가 무슨 역할을 하겠는가. 이런 잣대질은 국민과 정치에 대한 기울기에서 시작된다. 국민보다 정치가 앞서니 과도함을 외면하고, 무능함도 무시하는 것이다.

앞으로 총선이 한달반도 안남았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에도 아직 며칠이 더 필요하고 출전하는 당들의 정비가 덜 끝났다. 이런 와중에 막장정치는 또 살아나 여야 모두 비례대표 자리 차지를 위해 원칙도, 약속도, 염치도 포기하고 있다. 이 정도면 국민들에게 좀 봐달라고 말할 낯조차 없다. 인재를 모시겠다더니 편가르기 종식이나 소신과 능력, 정치보다 국민을 앞세울 그릇은 어디에도 없다. 이러니 총선은 남의 일이고, 정치는 더 멀어질 뿐이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인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가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깨달았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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