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8·단편 4·중편 1 등 13편

정연승 소설가
정연승 소설가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충북작가회의 회장 정연승 작가가 '부계사회를 찾아서(도서출판 한솔)'를 출간했다.

이번 작품집에는 엽편소설(콩트·단편 소설보다도 짧은 소설) 8편과 단편소설 4편, 중편소설 1편 등 모두 13편이 실려 있다.

엽편소설로는 '명주필 씨의 하루', '마 선생의 촌지', '15년 만의 만남', '연 날리기', '아이들만도 못한 어른세상', '우리동네 김 반장', '우리동네 놀부반점', '우리동네 보안관'이 있다.

단편소설은 '김 노인의 해방구', '부계사회를 찾아서', '우리동네 길남이', '우리동네 바람꽃이용원', 중편소설로는 '소백산'이 있다.

정 작가는 충북 제천 덕산면이 고향으로 1970년대 초 청주로 이주했다.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20세에 월간 시문학, 우암문학상,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진주신문 공모 1천500만원 고료 제3회 가을문예에 중편소설이 당선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모 3천만원 문학창작지원사업에 장편소설이 선정됐다. 소설 공모에서 단편·중편·장편을 모두 인정받은 셈이다.

작가의 모든 작품에 나타나는 주제는 언제나 한결같다.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언제나 '소외된 사람'들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심에서 밀려나 주변인으로 전락한 '뿌리 뽑힌 자'들이다. 그가 이들에게서 시선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에서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누리는 태평성대라 해도, 단 한 사람의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 소설가의 소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존중받는 그런 곳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퇴폐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는 소수의 위정자가 아닌 다수의 민중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소설에는 언제나 피지배계급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부계사회를 찾아서'에 수록된 모든 작품 역시 우리 주변에서 소외된 '뿌리 뽑힌 이웃들'이 등장한다. 엽편소설 중 전업 작가인 명주필 씨, 교사인 마 선생, 가장인 송바람·성재 씨·걸남 씨, 우리동네 김 반장과 4통 3반 주민들, 우리동네 놀부반점의 삼 형제와 외국인 노동자, 우리동네 보안관의 여든 넘은 할머니와 삼식이를 비롯한 막장인생들이 그렇다. 단편소설에서는 그들이 모습이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가족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김 노인, 부계사회의 나, 길남이, 우리동네 바람꽃이용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장 원장과 날품팔이들이 그렇다. 중편소설 소백산에서는 우리 이웃이지만 좀 더 심화된 인물형이 나타난다.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뚜라이'다. '뚜라이'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이 그저 시키는 대로 따랐을 뿐인데도 양쪽으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혀 엄청난 고통을 받은 나머지 말문을 닫고 벙어리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처럼 정 작가의 시선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고정돼 있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불행한 사람이 없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런 세상이 올 때까지 소설을 쓰겠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어두운 이웃들을 다루고 있지만 정연승의 소설은 전혀 무겁지 않다. 오히려 소설을 읽다보면 박장대소가 터져 나온다. 그의 소설이 지니고 있는 풍자와 해학적인 요소 때문이다. 작가는 중심으로부터 밀려나 세상의 막다른 끝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막장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푸념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이들을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기생충 같은 존재로 여기지만, 이들은 외려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누리는 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역설적으로 이들의 입을 통해 사회의 병리현상을 고발한다. 그리고 작가는 고발에 그치지 않고 뿌리 뽑힌 사람들을 세상 바깥으로 끌어내 모두가 함께 잘사는 대동 세상을 꿈꾼다.

정연승 소설집 부계사회를 찾아서
정연승 소설집 부계사회를 찾아서

정 작가는 한국작가회의 이사, 창작문학회 문향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도서출판 한솔과 충북작가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작품집으로는 '우리 동네 바람꽃이용원', '북진나루 상·하'가 있다.

정 작가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서 노래 부르는 그날까지, 그래서 소설이 이 세상에 더 이상 필요 없어질 때까지 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글쓰기를 계속 할 것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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