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나타난 뛰어난 인재

오늘로 중부매일의 연재를 마치게 된다. 지난 4년 반. 길면 길다고 하겠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다. 중부매일의 지면을 빌어 중국 고사성어를 소개하는 일은 내게는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원칙을 세울 수 있었던 대단히 의미있는 기회였다. 되도록 쉽게, 세상사에 대한 나만의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사회적 책무에 조금이나마 호응하는 일이었으리라.

내용이 시사와 관련되었기에 더러는 항의도, 더러는 칭찬도 받았다. 이 모든 것이 관심의 표명이었기에 지면을 빌어 의견을 개진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충심에서 우러나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晉書(진서)』 「왕침전」의 고사가 떠올라 소개하고자 한다.

東晋(동진) 때, 才幹(재간), 膽力(담력), 識見(식견)을 두루 갖추었던 왕침은 저명한 학자였던 范寧(범녕)의 외조카였다. 하루는 왕침이 외삼촌을 찾아갔다가 그 자리에 유명한 張玄(장현)이 같이 있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張玄은 거만하게 선배의 태도를 풀풀 풍기며 왕침이 먼저 인사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왕침이 그의 이러한 태도가 눈에 거슬려 그를 상대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뻣뻣하게 있을뿐 누구도 먼저 나서서 인사하려 하지 않았다. 이 일이 있은 후, 范寧이 왕침을 나무라자, 왕침이 "만일 그가 정말로 나와 서로 알고 지낼 생각이 있다면 먼저 저에게 이야기를 걸 수도 있는 것이지요"라고 말하였다. 范寧이 이 말을 듣고는 더 이상 왕침을 나무라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에게 "너야말로 나중에 나타난 인재로구나(後來之秀)"라고 칭찬하였다. 지금은 '後來之秀'를 '後起之秀'로 쓴다.

한 사회가 지속적 발전을 이루려면 빠질 수 없는 하나의 조건이 바로 새로운 비전의 제시다. 비전이 없는 사회는 무기력한 사회이며,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인재의 출현이 막혀 출로를 찾을 수 없는 답답한 사회다. 저널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미래 사회에 관한 민감하고 의미있는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역사의 거울을 통해 미래를 관조하는 힘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세계관으로 이전의 역사와 다가올 미래의 전개를 추단하는 것 역시 너무나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새로운 집필진의 새로운 연재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이 연재를 통하여 수많은 '後起之秀'가 많은 영감과 계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後起之秀'는 우리 대한민국을 영광과 번영의 길로 안내하는 훌륭한 指南(지남)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배득렬 교수
배득렬 교수

요즘 대한민국은 코로나의 혼돈에서 무질서, 무책임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학습하고 있다. 코로나는 어쩌면 인류의 방종, 무책임, 무질서가 초래한 매질이 아닐까? 이 사태는 기존의 질서, 가치, 방법의 답습으로는 결코 극복될 수 없다. 보다 장기적, 거시적 계획과 치밀하고, 과학적인 새로운 방법론의 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바로 '後起之秀'의 출현이 반드시 있어야 할 근본적 이유다.

그간 지면을 할애해준 중부매일 관계자 모든 분께 심심한 사의를 표하며, 중부매일의 旭日發展(욱일발전)을 진심으로 기대하면서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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