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완종 경제부

지난 주말 저녁자리에서 만난 한 지인으로부터 KF94 마스크 두장을 전달받았다. 이 지인은 "외부 활동도 많을텐데 마스크는 꼭 쓰세요"라는 말과 함께 마스크를 건냈다.

평소 일년에 한 두번 안부차 인사만 건내던 사이에 '품귀현상'까지 벌어진 마스크를 선물받으니 더욱 의미가 깊은 순간이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편의점, 약국, 대형마트 할 것 없이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마스크가 이제는 '금보다 귀한 몸'이 됐다.

'마스크'가 귀한 몸이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올초까지만 해도 그저 미세먼지와 봄철 황사를 대비 하기 위한 보건용품에 불과했다.

그러다 설 명절 이후 확산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제는 생활 필수품이 된 모양새다. 이미 대부분의 약국,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는 준비한 물량이 소진돼 'SOLD OUT(매진)'을 매일같이 내걸고 있다.

여기에 일부 업자들이 마스크를 사재기해 적게는 5배에서 10배, 20배까지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하는 등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에 정부는 매점매석을 집중 단속하고 1천500원 이하 가격으로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특단에 조치를 내렸다.

그럼에도 마스크 구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공적 판매 첫날부터 정부측의 섣부른 공표로 물량이 준비되지 않은 공적판매처에는 시민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또 극소량의 마스크 물량을 차지하기 위해 새벽부터 시민들의 줄이 이어지고 있지만 반수 이상은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이완종 사회·경제부.
이완종 사회·경제부

더구나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간 접촉을 피해야 하지만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서는 구름인파 속에 뛰어들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스, 메르스 등 재난급 질병을 겪어온 나라다. 그러나 여전히 그 대응책은 '틀어막기식 대응'에 머물러 있다. 또 다시 찾아온 재난, 그 뒤에 이어질 여진은 대비돼 있을까 의문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