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재확인 24간도 모자라… 확진자 동선공개 '신중'

김혜련 상당보건소장
김혜련 상당보건소장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청주시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비상방역 체제로 전환한 지 40일. 숨 가쁘게 달려온 이 40일이 있었기에 지역 확산세는 그리 빠르지 않다.

확진자·접촉자 주변을 신속하게 차단해 추가 확산을 막은 청주시 보건소 직원들의 역할이 크다. 도움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전문 분야여서 오롯이 이들의 손에만 이뤄져야 한다.

이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지휘관의 빠른 판단력이다.

보건소 직원 400명을 이끌며 방역현장 최일선을 누비는 청주 방역사령관 김혜련(58) 상당보건소장을 만나봤다.

◆하루의 시작은 회의

김 소장의 일과는 회의로 시작한다.

전날 밤까지 지역 4개 보건소에서 작성한 일일상황보고서를 분석한 뒤 이튿날 오전 8시 집무실이 아닌 본청 영상회의실로 출근한다. 코로나 지역 확진자 발생 후 24시간 비상대기 상태였으니 출근이라고 표현하기도 그렇다.

대통령, 총리, 도지사 주재로 열리는 영상회의는 길게는 2시간 넘게 이어진다. 이때 전국 상황을 파악하고, 방역 관련 정부 지침 변경사항도 확인한다.

매뉴얼대로 방역이 이뤄지지만 전국 대응상황을 살펴 청주에 도입할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회의가 끝나면 바로 상당보건소 3층 집무실로 이동해 4개 보건소에서 오전에 작성한 일일상황보고서를 챙긴다.

각 보건소마다 추진한 방역활동 과정과 결과를 보고 미진한 부분은 없는지, 빠진 사안은 없는지 확인한다.

확진자·격리자 상태를 기록한 모니터링 결과도 일일이 확인하며 이상징후를 판단한다.

점심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본청 시장실로 이동한다. 오전 조치상황과 확진자·격리자 상태를 시장에게 보고한 후 재난대책본부에 들려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협업사항을 논의한다.

다시 집무실로 이동해서는 청주에서 발생한 확진자의 역학조사 결과를 다시 한번 본다. 혹시 빼놨을 수도 있는 동선이나 놓치고 있던 접촉자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기 위해서다.

이렇게 오후 일과 대부분을 보내면 이제 직원들을 둘러본다. 평균 밤 10시 퇴근은 기본에다, 집에서는 비상대기로 피로도 한계 점에 달한 직원들의 건강상태를 살피기 위해서다.

보건소 직원들이 쓰러지면 청주 방역체계도 무너진다. 방역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살피며 지원할 부분은 없는지 찾는다.

이제 밤 일과로 넘어가 전국에서 발생한 확진자 현황을 예의주시한다. 다른 지역 확진자의 역학조사 결과 청주 방문 기록이 있으면 바로 방역작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자치단체 간 정보 공유가 유기적으로 이뤄지면 크게 수고스럽지도 않을 터지만, 협업이 제대로 안 돼 일일이 찾아 파악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몰두하다 보면 어느덧 밤 10시가 훌쩍 지나간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서야 서류를 챙겨 집으로 향한다. 몸은 천근만근이다.

하루 200~300건씩 검체검사가 이뤄져 언제 확진자가 나올지 몰라 집에서도 편히 눈을 붙일 수 없다. 퇴근해서도 긴장의 연속은 마찬가지다.

◆긴박했던 첫 확진자

청주에서는 지난 2월 22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자정께 확진 통보를 받고 바로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확진자가 택시 기사여서 예상보다 접촉자는 방대했다.

확진자와 전화 통화로 동선이 나올 때마다 바로 방역요원을 현장에 투입해 소독작업을 하고, 접촉자를 분류했다. 새벽부터 시작한 방역작업은 밤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방문 장소 업주와 전화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인근에 대기하다 문을 열어주면 작업하기도 했다.

작업을 끝내면 비상대기에 들어간다. 확진자의 추가 동선이 나올 때마다 현장에 투입돼야 하므로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첫 확진자의 방역활동을 소홀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어 인력과 장비를 풀가동했다.

개인 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의 방역상황도 긴박했다.

선별진료소를 찾아 상담과 검사가 이뤄졌으면 현장에서 자가격리를 유도했을 텐데 이 여성은 일반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확진을 예상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 양성 판정을 확인한 이 여성은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집에서 병원까지 이동했다. 확진 상태로 외부에서 활동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확진 결과를 통보받은 보건소는 바로 집과 병원까지 동선부터 확인한 뒤 방역요원을 투입해 집중 소독작업을 했고, 당일 접촉자를 우선 선별해 자가격리 조치했다.

◆ "보건소 믿고 맡겨 달라"

김 소장은 코로나 사태 발생 후 여러 가지 오해를 받는다고 한다. 비축해 놓고 마스크를 주민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확진자 이동동선을 은폐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다.

비축 마스크는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 사용할 비상용이다. 현재 마스크 확보가 어려운 상태에서 이 물량을 풀어버리면 정작 필요할 때 쓸 수 없어 비축해 놓는 것이다.

확진자 이동동선 공개는 자칫하면 개인과 사업장에 2차 피해를 주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시민들에게 문자 전송 등으로 공유하지는 않는다.

소독작업 후 바이러스는 모두 사멸돼 영업에 전혀 지장이 없는데 바이러스 진원지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문자 공개는 피하고 있다.

김 소장은 "마스크를 다 보급하면 자가격리자에게 전달이 안 되는 상황도 나올 수 있어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 비축하고 있는 것"이라며 "업소도 소독만 하면 영업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 괜한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보건소를 믿고 맡겨 주시면 시민 보호를 위해 24시간 최선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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