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여행] '건축의 탄생' 저자, 김홍철

알바알토의 파이미오 결핵 요양원. / 건축의 탄생에서
알바알토의 파이미오 결핵 요양원. / 건축의 탄생에서

20세기 초, 1차 세계 대전이 세계를 휩쓸고 나자 핀란드에서는 결핵이 크게 유행했었다. 당시 결핵을 치료할 약이 없었던 터라 오로지 신선한 공기와 휴식 그리고 식이요법과 같은 방법으로 병이 낫길 바라야만 했었다. 결핵은 당시 치사율이 꽤 높은 질병이었다. 삽시간에 퍼진 전염병으로 핀란드에서는 국가적인 재난 사태가 벌어져 급기야 남서부 시의회에서 특별건축위원회를 열어 결핵을 치료할 파이미오 결핵 요양원(Paimio Sanatorium, 핀란드, 1933)을 짓기로 한다. 설계 공모에 당선된 사람은 서른 살의 젊은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 1898~1976)였다. 알토는 핀란드에서 유례없이 고전주의풍의 건축을 버리고, 국제양식이라는 새로운 현대 건축을 시도했다.

파이미오 결핵 요양원은 핀란드에서 현대건축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지만, 이 건축물의 진가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건축가의 섬세한 배려가 엿보이는 진정성이었다. 알토는 우선 사람을 생각했다. 결핵은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었기에, 환자는 오랜 시간 병원에서 머물러야 했다. 그곳에서 환자와 의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하며, 건축위원회와 끊임없는 소통을 했다. 일광욕이 중요한 결핵 환자들이 되도록 오래 햇볕을 쬘 수 있도록 병실을 남동쪽으로 위치했고, 테라스는 남쪽을 향하게 설계했다.

또한 알토는 건축뿐만 아니라, 환자를 위해 요양원에 들어갈 가구와 집기 모두를 디자인하는 섬세함을 보여주었다. 물소리가 시끄럽지 않게 세면대를 둥근 모양으로 작게 만들었고, 환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조명 끝에 집게를 달아 자유롭게 어디든 거치할 수 있게 했다. 옷장은 한 손으로도 쉽게 열리게 했고, 물건이 쉽게 떨어지지 않게 상판 끝을 휘어 올린 간이 테이블을 만들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세심한 부분이 보이는 가구는 파이미오 의자이다. 환자가 편하게 기대서 앉아 호흡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의자 등받이의 각도를 45도로 기울이고, 환자의 심리를 생각해서 금속이 아닌 핀란드 자작나무로 만들어 따뜻함을 더했다. 알토는 공간과 제품들 하나하나 사용자 편의에 맞추려고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구는 자신의 아내와 함께 가구회사 artek을 설립해 현재에도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모든 건축은 기능에 따라 형태를 결정해야 한다는 그의 확고한 신념으로 파이미오 결핵 요양원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결국 이 모든 노력이 핀란드 지폐에도 그의 얼굴이 들어갈 만큼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 있는 건축가로 만들어주었다. 파이미오 결핵 요양원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나서 1939년 군인들의 부상치료를 목적으로 국방부에 넘겨졌다가, 전쟁이 끝이 나자, 다시 결핵요양원으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이후 1970년대에 결핵치료약이 개발되고 나서 환자가 줄자, 파이미오 결핵 요양원은 요양원이 아닌 종합병원으로 전환되었다. 지금은 병원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유네스코 문화재로 추진하는 등 건축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다.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요즘 기사를 보고 있으면, 현재 대한민국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상황에서도 놀랍도록 섬세함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수많은 검사를 통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다. 서해안 기름유출이 있을 때도 모든 국민이 진심으로 하나가 되어 작은 돌멩이 하나하나 닦아서 국가적인 재난 상황을 말끔히 해결하지 않았던가. 의사만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알바알토의 배려깊은 건축으로 질병치료에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우리도 함께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 하는 사람이 종종 보인다. 개인의 사소한 욕망때문에 그 진심을 흐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매우 크다.

대한민국의 가치는 대한민국 국민이 만들어낸다. 가치는 진심으로 만들어진다. 필자도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응원한다. "힘내라. 대한민국. 우리 모두 또 한 번 이겨냅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