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금란 대전본부 부국장

"누구도 만나지 말고, 만지지 마. 사람들을 피해."

신종전염병 유행에 따른 인간의 공포와 사회적 혼란을 실감나게 그려낸 할리우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에 나오는 대사다. 지난 2011년 개봉한 이 영화는 전염병 아포칼립스 작품 중에서도 과학적 고증과 현실묘사가 매우 뛰어난 수작으로 꼽힌다.

영화에서 박쥐가 돼지에게 균을 옮기고 그것을 만진 사람들이 감염되고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박쥐가 숙주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를 예고한 듯해서 다시 조명 받고 있다.

또한 자기 가족만을 살리고 싶은 인간의 이기심, 헌신하는 의사와 연구진 등 전염병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도 지금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등장인물인 미국 질병통제센터 치버 박사는 "늑장 대응으로 사람들이 죽는 것 보단 과잉대응으로 비난받는 게 낫다고 생각 한다"라는 대사를 통해 전염병 대처 자세에 대한 강한 메시지도 전한다.

마스크 대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서는 행렬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세종에서는 밤샘 텐트까지 등장했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데도 생존필수품인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불안과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의 방호물품도 비상이다. 확진가 속출하고 있는 대구, 경북지역은 인력뿐만 아니라 의료장비가 부족해 아우성이다. 전담병원조차 소독약이 모자라고 의료진은 수술복이 없어서 환자복을 입고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며칠 전 대구에 있는 한 의료진은 SNS를 통해 찢어진 방진복이라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기본적인 재난물자인 마스크 공급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은 정부의 초라한 위기대응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급기야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이 줄줄이 머리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 끼치는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 한다"며 사과했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약속드린 시간과 물량을 지키지 못해 송구하다"며, 홍남기 부총리도 "수급 불안이 여전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마스크 품귀는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시중에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이 동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감염병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탁상에 앉아 안일한 행정으로 국민들을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고 있다. 다행히 메르스 때는 중국에서 긴급히 마스크를 수입해 부족 사태를 진정시켰지만 지금은 반대로 중국이 한국산 마스크의 블랙홀이 되다시피 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뢰를 잃은 정부를 대신해 국민들이 팔을 걷어 붙였다. 살기 위해 마스크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대전지역 마을활동가들은 손수 면 마스크를 만들어 감염에 취약하고 마스크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 등 각계각층에 제공하고 있다. 홍성 적십자 봉사대원들도 군과 함께 면 마스크를 자체 생산해 취약계층에 우선 공급하고 있다. 면 마스크 자체 제작 공급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김금란 대전본부 부국장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은 생활 속 감염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필수 방호책이다. 정부는 마스크 사재기 처벌보다, 신천지 강제수사 보다 더 절박한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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