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남 서산의 대산공단에서 또 다시 대형 화학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엔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나프타 압축공정중 원료의 일부가 유출돼 폭발로 이어졌다. 지난 4일 새벽 3시쯤 발생한 이번 사고로 공장 시설물은 물론 수백m 떨어진 상가와 주택의 유리창이 깨지고 건물 외벽이 무너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나마 물적 피해에 비해 경상 등 인명피해는 크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수㎞ 떨어진 아파트단지를 비롯해 수많은 주민들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공포에 떨었으며 최근 잇따르고 있는 공단내 사고로 인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대 3대 석유화학단지인 대산공단에는 한화토탈, 현대오일뱅크, LG화학, KCC,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의 대기업을 비롯해 6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화학관련 생산활동을 펼치다 보니 사고위험은 상존하고 사고발생도 잦은 편이다. 특히 공단이 만들어진지 30년에 이르면서 최근들어 급격히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3년만 따져도 이곳에서 화학 사고가 23건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1년 평균 8건에 달하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두해 연속 10건씩 일어날 정도로 급증했다.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이곳의 대형 폭발사고가 낯설지 않은 것은 불과 1년도 안된 지난해 5월 한화토탈 공장 유증기 폭발사고 때문이다. 당시 한달 사이에 폭발이 거듭됐고 피해주민만 500여명에 이르는 등 지역사회에 적지않은 충격을 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공단내 현대오일뱅크에선 근로자 1명이 유독가스를 흡입해 목숨을 잃는 사고도 있었다. 최근의 사고를 보면 페놀과 벤젠 등 유독물질 누출부터 메탄과 수소 폭발 등 원인도 유형도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여러 사고위험이 잠재돼 있지만 사고때마다 뒤따른 수습 및 재발방지 조치는 주민들의 눈높이는 물론 불안감을 해소하기에 크게 미흡했다.
이처럼 화학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자 이곳의 기업들도 자구노력에 나서기는 했다. 지난해 8월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 대기업 4곳이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과 환경분야에 8천억원이 넘는 큰 돈을 들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향후 5년간 낡은 설비 바꾸고 악취는 줄이고, 소방시설 고치겠다는 약속이 진행중인 가운데 이번 사고가 터지자 주민들은 불신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이같은 태도는 이들의 투자약속에 시설 보수·개선에 대한 구체적 일정과 계획은 물론 유해물질 감축 목표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이 스스로 알아서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점검할 합동점검반도 올 초에서야 꾸려졌다. 이마저도 법적 강제력이 없고, 법적 의무사항들이 투자계획에 포함돼 있어 기대치에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공단이 조성된지 30년이 되다보니 노후화로 인한 시설교체·보수 필요성이 크다는 점도 주민들의 의구심을 키운다. 그런 만큼 이번 사고를 계기로 투자계획의 실효성을 담보할 구체적인 내용·일정 확인과 함께 점검반의 활동을 보장받아야 한다. 자칫 기업들의 들러리만 서는 꼴이 될 수 있기에 심기일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