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최근 신종코로나와 함께 온 국민의 관심을 끌어모은 '신천지'라는 종교가 있다. 기독교에서는 신천지를 이단(異端) 또는 사이비(似而非)라고 한다. 이때 사이비란 '비슷하지만 아닌 것'을 말한다. 이단과 사이비의 어원은 유교의 공자·맹자에서 시작됐지만 기독교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정치에서도 사이비라는 용어를 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주축이 된 열린민주당의 창당 선언문은 혁신적이다. '양당제에서 다당제를 선택했고, 연동형비례대표제는 국민의 요구이자 명령인데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라는 꼼수 정당을 만들었기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써 국회 의석구조가 왜곡되는 걸 막기 위해 또한 문재인 정부를 지키기 위해 죽을 각오로 결단하겠다'고 한다.

참으로 해괴하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거부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정당이다. 박근혜 전대통령의 친박연대와는 또 다른 양상이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상회한다. 따라서 민주당과 겹치지 않는 5% 내지 9%의 지지층을 흡수하면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 구조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즉 문재인 대통령 지지기반의 기생충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왜 이런 기생정당까지 나와는 판이 된 것일까? 현재의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무늬만 연동형이다. 지역구 의원 수에 비례대표가 연동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축소 또는 의원 정수 확대 둘 중 하나의 조건을 갖추었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구는 의원들이 싫어서 축소 불가, 의원 정수는 국민 눈치 봐야 하니 확대 불가했다. 결국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자르고, 붙여서 프랑켄슈타인이 됐고, 선거제 자체가 사이비가 됐다.

의원 정수 300명 중 비례대표는 47명에 불과하니 정당득표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오히려 비례전문 정당, 위성정당을 만들면 된다. 그 틈을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물론 민주당과 소수정당은 맹렬한 비난을 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안 할 것이냐?. 민주당이 아무리 봐도 (이번 선거뿐 아니라 차기에도) 현재의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연동으로 움직일 수 없는 구조이기에, 즉 선거제가 사이비이기에 할 것으로 본다. 다만 정의당 등은 위성정당을 만들어도 큰 이익이 없다. 오히려 위성정당을 만들면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가 엉망인 것을 인증하고 명분을 잃게 된다. 그러나 안 하면 선거 결과에 따라 역풍이 무서울 것이다. 결국 민주당은 정의당 등이 명분을 버릴 정도로 현실적 이익을 제공해야 하는 형편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호랑이를 그린다고 소리를 치면서 사실 고양이도 아닌 '따로형비례대표제'라는 쥐를 그렸다. 당연한 귀결로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사이비 정당의 출현이다. 이제 위성정당, 비빔밥정당, 기생정당 등 정당 아닌 정당의 정치가 시작됐다. 즉 사이비의 시대가 된 것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사이비 정당을 비난하기 전에 그 정당이 출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라. 지역구를 포기하지 못한 당과 의원들은 말로는 번드르르하게 국민들에게 '민심 그대로의 의석 배분'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와서 따로형비례대표제이고, 도척(큰도적)을 멸하기 위해 의병이 나서야 된다는 등의 명분을 앞세워 사이비 정당을 출현시켜 선거를 치르겠다 한다. 이 정도면 향원(鄕原)이라 할 만하다.

공자께서 사이비 중 사이비라고 한 자가 향원(鄕原)이다. 향원은 겉으로는 덕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덕의 파괴자라고 하면서 "그들의 말은 또 얼마나 번드르르 한가! 말은 행동을 돌아보지 않고, 행동은 말을 돌아보지 않으면서도 입만 열면 옛 성인을 운운한다"하셨다. 돌아보라 그들이 한 말과 행동을!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